<고의서산책/ 1041> - 찰병요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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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41> - 찰병요결
  • 승인 2023.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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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남녀허실과 察病運用의 妙理

이 책『찰병요결』은 진단하고 執證하는 요령을 간략하게 시구로 만들어 정리한 요결서이다. 이에 대해서는 오래 전에 이미 간단하게나마 소개한 적이 있다.(309회 병든 원인을 살피는 지름길, 2006년10월16일자) 국내 전본이 흔하고 여러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비교적 널리 쓰인 것이 분명하다.

다른 한편 1930년대에 이르러 김기홍이 동일한 서명으로 침구편을 보태 연활자판으로 다시 펴내면서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의 원작자와 유전 경위에 대해서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미확인 상태로 남아있다.

◇ 『찰병요결』
◇ 『찰병요결』

일설에는 허준이 지은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입증된 바 없으며, 이런 말이 도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통용되어 온 것임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사본에 따라서는 『찰병요람』이니 『찰병용약결』, 『찰병결』, 『찰병법』등 유사한 서명의 책이 다수 전하는데, 전본 간 내용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察病用藥訣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496회 ‘진단하고 처방하는 要領’(2011.7.7일자)이란 부제로 소개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조선시대 사본으로 진맥과 병증을 진단하기 위한 기본지침서라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수록내용에 있어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에 전혀 다른 책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일제강점기 연활자본『찰병요결』은 진단요결을 본문으로 싣고 뒤편에 침구보사와 誤鍼回生穴, 累驗方을 수록했는데, 특히 五行流注針灸는 사암침법을 옮긴 것이어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또 累驗神方이 실려 있기에 민생이 매우 어려웠던 당시 실정에서 대중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전 글에서는 이 일제시기에 나온 연인본을 대상으로 해제를 작성하여 진행하였는데, 오늘 살펴볼 전본은 한지 묵서본으로 침구편 대신 藥性歌가 수록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대개 책의 전반부에서는 ‘찰병요결’ 대문이 2열 대귀 형태로 실려 있고 후반부에는 약재별로 약성가를 수록한 형태이다.

전편과 후편 사이에 ‘癸酉四月日 藥性篇’이란 명문이 있어 등사한 시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대략 이 역시 일제강점기인 1933년경으로 보이므로 지금으로부터 대략 90년 전에 작성된 셈이다. 약성가는 대개『제중신편』에 수록된 약성가를 토대로 첨삭한 것으로 보이는데, 수치와 복약법, 혹은 약물배오에 대한 내용을 원문 사이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의 협주로 상세하게 기재해 놓았다.

약성가 원문의 하단부에는 역시 소주로 약재의 채취시기를 기재해 놓았는데, 사계절이나 달수로 나누어 표기해 놓은 것이 특징적이다. 또 상단여백에는 간혹 토산약재에 대해 향약명을 한글로 적어놓은 것이 눈에 띄기도 한다. 한편 수치법이나 증상별 가감법까지 일일이 적어 놓았기에 제법 상세한 약성편을 이루고 있다.

다시 본편으로 돌아가서 첫 대목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撮得誰家之活法, 緝爲一編之捷徑, 男病先問腎經之虛實, 女病先問月候之調否, …” 명가의 활용법을 모아 만들었다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장부의 병에는 신허가 아닌지 주목하고 여인의 질환에는 가장 먼저 월경이 순조로운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 ‘腑爲陽臟爲陰, 外爲陽內爲陰, 男主乎氣, 女主乎血’이라 하여 모든 병을 장부음양과 남녀기혈로 나누어 파악하였다. 말미에는 “察症不過於臟腑經絡標本之虛實明辨, 法病全在乎汗吐下及補瀉之變通妙用.”이라 하여 장부경락과 표본허실로 구분해 치법과 보사를 자유자재로 변용하는데 찰병의 묘리가 있다는 말로 끝맺음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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