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인 표한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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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인 표한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첫 번째 이야기-
  • 승인 2023.01.0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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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47)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소양인 표한병과 높은 압력

앞으로 소양인 표한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난 칼럼까지 압력과 한의학에 대해서 설명한 이후에 소양인 표한병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 소양인 표한병에서 열과 높은 압력과의 관계가 잘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즉 필자는 소양인 표한병이 ‘열+높은 압력’으로 인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마 선생님(이하 이제마)은 ‘口苦 咽乾 目眩 耳聾 胸脇滿 或 往來寒熱而嘔’라고 하는 상한론의 소양병증에 소시호탕 대신 형방패독산, 형방도적산, 형방사백산을 처방할 것을 제안하였다. 한의학이야기 4편에서 시호에 대해 설명하면서 ‘열+높은 압력’을 제거하는 약재라고 소개하였는데 이제마는 이 시호 대신에 형개, 방풍, 강활, 독활 네 가지 약재를 이용해서 ‘열+높은 압력’을 제거할 것을 제안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제마는 왜 시호 대신에 형방강독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을까? 아울러 왜 이 상황에서 시호를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혈액순환에 미치는 교감신경의 역할

숲을 헤매다가 갑자기 맹수를 만났다고 하자. 그러면 무기를 들고 싸우든가 도망가든가 재빨리 선택을 해야 한다. 이때 흥분하는 신경이 교감신경이다. 심박수는 빨라지고 심근수축력은 강해지고 호흡은 빠르고 거칠어진다. 내장으로 가는 피는 최대한 줄이고 위장의 움직임도 모두 멈춰 세워야 하며, 모든 피를 근육으로 보내야 한다. 지금은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신진대사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고, 에너지를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서 간에서는 저장해두었던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핏속에 내보내게 된다. 근육으로 가는 피는 늘여야 하지만 동시에 피부로 가는 피는 오히려 줄여야 한다. 피부로 많은 양의 피가 가게 되면 열발산이 늘어나 체온이 떨어지게 되고, 체온이 떨어지면 신진대사도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조금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교감신경이 흥분할 경우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게 되고 내장이나 피부로 가는 혈류량은 줄어들게 된다(표1).

 

말초저항을 어떻게 낮출까?

소양인 표한병 치료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높은 압력을 어떻게 제거할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생각되고, 그 중에서도 특히 ‘말초저항을 어떻게 낮출 것이냐’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앞서 압력을 소개하면서 인체가 필요에 의해서 체온을 높이고자 할 때 높은 압력을 활용한다고 하였다. 감기로 인해서 발열이 있을 때도 높은 압력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로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누구랑 싸우려고 할 때, 수능시험을 보고자 할 때, 중요한 사람을 만나려고 할 때 등등 인간은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고 이런 경우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긴장을 할 경우 열발산을 억제하면서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고, 높은 온도는 화학반응을 빠르게 해서 신진대사를 증가시킬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위기 상황에서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하게 되고 체온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피부로 가는 말초혈관을 수축하면서 높은 압력을 유지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위기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도 계속 지속되면 점점 병이 된다는 점이다. 별 일도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상황을 야기하게 된다면 병이 될 것이다. 이런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높은 압력을 제거해야한다. 즉 말초저항을 낮춰야 이 ‘높은 온도+높은 압력’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높은 압력과 높은 온도가 생기는 것은 어떤 체질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陰淸之氣가 保命之主인 소양인에게는 열발산이 안 되는 상황이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다. 왜냐하면 높은 온도가 제거가 안 되면 陰氣가 부족해지기 쉬운 소양인에게는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소양인에게 감기나 스트레스로 인해 ‘열+높은 압력’이 제거가 되지 않아서 생기는 병을 少陽人 表寒病이라고 명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의 한의학에서 말초저항을 낮춰주는 가장 대표적인 처방이 외감에서는 소시호탕, 내상에서는 소요산이라고 하였다. 시호는 소염작용, 해열작용과 함께 caffeine과 methamphetamine에 의한 중추신경흥분 작용에 길항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호를 처방하게 되면 교감신경을 억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교감신경이 억제 되면 말초혈관 역시 이완되기 때문에 말초저항이 낮아지고 ‘높은 압력’ 역시 제거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마는 시호대신에 형개, 방풍, 강활, 독활을 대신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소양인 표한증의 처방들은 이 형방강독이 항상 함께 하게 된다.

少陽人 亡陰病

그런데 이제마는 脾受寒表寒病 편에서 망음병이라는 것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망음병이 생기는 기전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陽盛格陰於下則 陰爲陽壅 不能下降於膀胱 上逆背膂而 內遁膈裡故 腸胃畏寒而 泄下也 畏寒而 泄下者 非陰盛也 此 所謂 <內炭外氷> 陰 將亡之兆也’

즉 陽이 盛해서 陰이 내려가는 것을 막게 되고 방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대신 등쪽으로 상역하고 흉격 안쪽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腸胃가 畏寒하고 泄下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분명히 소양인은 熱이 많고 陽이 치성한 것은 맞다. 하지만 陰이 내려가지 못해서 등쪽으로 상역하게 되면 表寒이 되고, 흉격 안쪽으로 즉 위장관으로 도망가게 되면 설사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도 교감신경이 흥분하는 경우와 맞닿아 있다. 첫째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긴장을 하게 되면 피부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表寒證이 나타난다. 둘째 위장으로 가는 혈류량 역시 감소하기 때문에 腸胃가 畏寒하고 설사를 하게 된다.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할 때는 부교감신경이 억제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초기에는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맹수한테 쫓기고 도망가는데 소화가 잘 되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위장관이 지속적으로 차가워지면 설사를 할 수 있다. 교감신경이 하루 종일 흥분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보상성으로 부교감신경이 흥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경우만 보더라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복통과 설사를 동반하게 된다. 다만, 장기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개체의 특이성이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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