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인 표한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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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인 표한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두 번째 이야기-
  • 승인 2023.01.1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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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48)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發散風寒藥과 發散風熱藥

이제마는 소양인표한병에 왜 시호를 쓰지 말자고 했을까? 대신에 형방강독을 써서 ‘열+높은 압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을까? 그 대답의 단서를 우선 발산풍한약과 발산풍열약의 차이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본초학 분류상 상한론에 나온 가장 대표적인 약재들 중에서 마황과 계지는 發散風寒藥에 속해있고, 시호와 갈근은 發散風熱藥에 속해있다. 그렇다면 발산풍한약과 발산풍열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해표지제들은 모두 인체가 감염으로 인해서 생기는 염증이나 발열을 치료하는 약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역할은 혈액을 체표로 보내는 것이며 수많은 면역세포들이 외부의 적과 싸우기 용이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체표로 혈액을 보내면 결과적으로 열발산 역시 증가하게 된다. 이들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발산풍한약들은 대부분 심박출량(cardiac output)을 증가시키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재들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에 발한풍열약들은 대부분 심박출량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친 한사에 노출이 돼서 우리 몸이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이 될 경우 우리 인체는 기준온도(set point)를 올려서 대처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한사에 노출이 될 때는 우리 몸이 심박출량을 증가시켜서 체온을 높이려고 할 것이고, 상한론에서도 심박출량을 증가시키는 약재들을 처방해서 이러한 상황을 돕고 있다. 惡寒을 느낀다는 것은 인체가 스스로 ‘차갑다’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열생산이나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게 되며 대표적인 발산풍한약들인 마황, 계지, 세신 등은 심박출량의 증가를 돕게 된다. 발산풍한약을 처방한 후 땀이 나는 것은 열생산이 증가한 이후에 체온이 오르고 열발산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마황과 계지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마황은 열발산을 억제하지만 체온이 발한역치를 넘어서면 한출이 나면서 열발산이 증가하게 되고, 계지는 혈관이 확장하면서 열발산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에 상한론에 등장하는 약재들 중에서 발산풍열약에 속하는 약재는 시호와 갈근의 두 가지이다. 이들 두 약재는 반대로 교감신경을 억제하여 심박출량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발산풍열약은 惡熱에 쓰는 약재들이기 때문에 지금 인체가 ‘덥다’고 인식하고 있을 때 쓰는 약재들이며, 이런 경우 심박출량을 증가시킬 필요가 없이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열발산을 돕는 약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 발산풍한약 : 기준온도보다 체온이 낮다 → 인체가 스스로 차다고 느낌(惡寒) → 심박출량 증가 → 체온 증가 → 체표로 혈액이동 → 열발산 증가

○ 발산풍열약 : 기준온도보다 체온이 높다 → 인체가 스스로 덥다고 느낌(惡熱) → 체표로 혈액이동 → 열발산 증가

 

시호를 배제한 이유

왜 시호 대신에 형방강독을 선택했냐면, 심박출량(cardiac output)의 감소 없이 ‘열+높은 압력’을 제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즉 시호는 중추신경이 흥분한 상태를 억제해서 ‘열+높은 압력’을 제거하려고 했다면, 형방강독은 발산을 통해서 ‘열+높은 압력’을 제거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면 왜 대체약재들이 형방강독이었을까? 소양인은 심박출기능이 좋아서 열생산이 능한 체질이기 때문에 심박출량을 현저하게 늘리는 마황이나 계지 같은 발산풍한약들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발산풍한약들 중에서도 심박출량의 증가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주면서 피부와 근육의 혈액순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약재들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형방강독 네 가지 약재들을 선택했으며 실제로 소양인의 표한병에 여러 번 처방을 본 결과 가장 효과가 좋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형개 방풍 강활 독활

형개와 방풍은 형개연교탕이나 소풍산 등 주로 피부질환이나 비염 중이염 등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에 활용을 하고 있으며, 강활과 독활은 독활기생탕 강활속단탕 대강활탕 등 주로 관절을 중심으로 근골격계에 생기는 염증 즉 ‘통증’을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서양의학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볼 수 있는데, 근골격계에 생기는 통증은 NSAIDS로 다스리지만 피부염이나 비염, 중이염 등 점막에 생기는 염증에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항생제 등을 중심으로 처방하고 있다.

이들의 계통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형개 방풍 - 피부 코 귀 등 점막의 염증 - 항히스타민제

● 강활 독활 - 근육과 관절 등에 생긴 염증 - NSAIDS

즉 이런 맥락을 통해서 우리가 예상해볼 수 있는 것은 형개와 방풍이 점막의 염증을 개선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피부로 가는 혈류량을 늘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고, 반면에 강활과 독활이 근육과 관절에 생긴 염증을 개선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는 점이다.

 

이제마는 형방강독으로 무엇을 하고자 했을까?

약탕기에 물이 팔팔 끓고 있을 때 물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불을 줄이는 방법이고 둘째 찬물을 추가해서 넣는 방법이고 셋째 뚜껑을 여는 방법이다. 이 중에서 뚜껑을 여는 방법이 바로 압력을 줄여서 열발산을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그림 1).

그림1.

 

이제마가 형방강독을 통해서 원했던 것은 바로 불이나 물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뚜껑만 여는 방법을 찾았던 것 같다. 시호는 뚜껑을 여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문제는 불까지 줄여버리게 된다. 계지는 말초혈관을 확장하기 때문에 압력을 줄여주지만 심장이 더 잘 뛰게 만들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불을 올린다고 할 수 있다. 마황은 불도 올리고 뚜껑도 닫아 버려서 빨리 끓게 만든다. 하지만 마황을 복용해서 체온이 올라 땀이 날 때는 뚜껑이 열리면서 압력이 낮아진다. 석고는 불을 확 줄여버린다.

형방강독은 발산풍한약이기 때문에 불을 조금은 올리지만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으며, 네 가지 약재를 이용해서 뚜껑만 여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처방들이 형방도적산, 형방사백산, 형방지황탕과 같이 형방강독이 들어간 처방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형방지황탕 조문에 형방강독은 모두 보음약이라고 되어 있다. 일반적인 본초 효능으로 보면 말이 안 된다. 이제마도 그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마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압력을 내리는 것이 열의 발산을 돕고 열을 내리면 陰淸之氣의 손상을 막기 때문에 이들이 결과적으로 보음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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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수세보원에서는 소시호탕을 사용해서 淸痰과 燥痰을 동시에 하면 溫과 凉이 서로 섞여서 담음을 제대로 제거할 수 없으며, 형방패독산으로 淸裏熱而降表陰해야 담음이 저절로 흩어져 결흉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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