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약은 간수치를 올리는 약일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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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약은 간수치를 올리는 약일까?(1)
  • 승인 2023.02.0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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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이정훈

mjmedi@mjmedi.com


생기능의학, 한의계는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17)
이정훈 한의사
이정훈 한의사

진료를 하면서 치료가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될 때 여러 프로세스에 대해 점검을 해야한다. 대부분의 진료 과정에서 변증 등의 진단과정을 고민하고 책을 펼치며 처방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작용이라도 날 경우 환자와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고 생각하여 진료비를 환불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며 더욱 큰 문제가 생긴다면 의사의 고민도 그에 따라 깊어간다.

한의원의 진료는 원료 구입부터 제조까지 프로세스 하에 이루어지지만 프로세스가 많은 만큼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확률도 높다. 약재의 기원부터 시작해 산지와 채취 시기에 따른 약재의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 한의원에 들어온 약재의 감별도 필요하며 탕전 방식에 따라 지표 성분의 추출에 차이가 날 수 있다. 탕전의 효율을 위해 용액포화도의 개념에 따라 약재의 적정 추출양을 계산해야 하며 약재의 세척과정에서 손실량까지도 계산해야 한다. 학부시절 본초학 실습에 교수님과 같이 감별을 해본 반하는 수반하(水半夏)가 절반이 넘었으며 압력식 약탕기와 무압력식 약탕기로 탕전을 비교했을 때 마황의 추출량이 달라졌는지 약효과가 차이가 크게 나기도 했다.

약처방과 약의 제조과정의 오류를 찾는 것에 더해 환자의 질환을 악화시킨 요인은 없는지 확인해야한다. 환자들은 질환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의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오류가 나는 행동을 하곤 한다. 이런 때에 의사는 환자를 깊이 봐야 하는데 대부분의 의사들은 친절하게 진료를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약처방 이후에 환자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섬세한 눈으로 얻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다.

 

XX F/58

CC/C: #1.어지럼

O/S: 2년 이상

P/H: OP(-)

S/H:

 

S&O>

#1.어지럼

-2년전부터 어지럼증 심함.

-ENT, 검사 이것저것 해봤으나 이상 없다. (MRI 등등) 부천 지역 범박동 옥길동 한의원에서 한방치료 다수,

-수시로 어지럽다.

 

#2. 간수치

-GGT 수치가 평소 높다.

-최근 GGT 194 (22-06-20) / 234 (21-12-22)

-기타 간수치는 정상 범위 CF) ALT 58 (21-12-22)

 

**신체증상

[전신] 언덕오르면 숨차다. 우측 가슴부위 통증이 있다. 그냥 공원 걸을 때는 괜찮다. / 함요부종 약간

 

Plan:

Med: HTN/DM/HL (-/-/-) / 우루사(담즙성 간경변증) / 소론도정(작년에 처방, 가끔 1-2, 염증) / 신지로이드(수술력X, 분홍색) / 고지혈증 / 당뇨(현재는 복용 중지)

 

O: BWA 2.0 체성분검사, 뇌파자율신경검사, LFT, CRP, 갑상선 호르몬 검사, 적외선 체열검사,

 

P: ATx, 보구건비탕 가미방 (보구한의원 원내 처방: 인진, 택사, 백출, 맥아, 저력, 목향, 반하, 후박 ETC.)

 

◇그림1. 2022년 5월 20일 생기능 의학 칼럼의 생간건비탕의 간수치 개선 케이스와 유사한 환자의 대학병원 혈액검사_GGT가 매우 높고 ALB는 정상이어서 만성간손상의 케이스는 아니므로 한약치료를 결정하였다.
◇그림1. 2022년 5월 20일 생기능 의학 칼럼의 생간건비탕의 간수치 개선 케이스와 유사한 환자의 대학병원 혈액검사_GGT가 매우 높고 ALB는 정상이어서 만성간손상의 케이스는 아니므로 한약치료를 결정하였다.

 

 

◇그림2. 치료 시작후에 환자분의 2022.10.31일의 LFT검사 결과_GGT는 유의미하게 감소하였고 증상도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그림2. 치료 시작후에 환자분의 2022년 10월 31일의 LFT검사 결과_GGT는 유의미하게 감소하였고 증상도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그림3. 2022년 11월 14일의 LFT검사 결과_GGT는 눈에띄게 감소했고 증상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림3. 2022년 11월 14일의 LFT검사 결과_GGT는 눈에띄게 감소했고 증상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환자는 20221118일 칼럼에서 소개한 있는 어지럼증이 심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GGT수치가 높은 환자다. 어지럼증에 대한 대학병원의 진료는 효과가 없었고 어지럼증이 매우 심해 소개를 받고 오신 환자다. 처음 3개월의 치료 기간을 말씀드렸고 진료를 시작했다. 환자가 한약치료를 시작해도 의사의 티칭과는 다르게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회차로 남겨두고 환자분은 한약 복용 중간에 GGT300이 넘게오르며 어지럼증이 심해지는 등 증상이 악화되어 한약치료에 대해 중단을 고민했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한약복용을 중단하고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은 간수치를 올리는 약으로 오명을 쓰며 힘든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와 간수치를 오르게 된 원인을 하나하나 파악해 간수치가 오르게 된 원인을 찾았고 약처방을 계속하며 어지럼증이 호전되었고 환자의 GGT수치도 처음으로 120대로 떨어졌다.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보고 환자의 보호자도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러 내원하고 있으며 옆에서 봐도 환자의 어지럼증이 많이 좋아졌다며 계속된 치료를 부탁했다.

◇그림4. 2022년 12월 6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316으로 높아지고 어지럼증이 심하고 울렁거리는등 증상이 악화되었다.
◇그림4. 2022년 12월 6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316으로 높아지고 어지럼증이 심하고 울렁거리는등 증상이 악화되었다.

 

◇그림5. 2022년 12월 13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221로 줄어들었으나 어지럼증은 지속되었다.
◇그림5. 2022년 12월 13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221로 줄어들었으나 어지럼증은 지속되었다.

 

◇그림6. 2022년 12월 24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205로 줄어들었으나 어지럼증은 지속됐다.
◇그림6. 2022년 12월 24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205로 줄어들었으나 어지럼증은 지속됐다.

 

◇그림7. 2023년 1월 10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149로 줄어들고 어지럼증도 감소되기 시작했다.
◇그림7. 2023년 1월 10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149로 줄어들고 어지럼증도 감소되기 시작했다.

 

◇그림8. 2023년 1월 24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122로 줄어들고 어지럼증도 환자가 뚜렸히 느낄만큼 감소했다.
◇그림8. 2023년 1월 24일의 LFT검사 결과_GGT가 122로 줄어들고 어지럼증도 환자가 뚜렸히 느낄만큼 감소했다.

의사는 환자의 삶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계속해서 환자의 삶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를 하지만 단순히 친절하게 진료하며 라포를 쌓는 것이 환자의 삶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교육을 할 때 미국 드라마인 닥터하우스(HOUSE M.D)를 꼭 보라고 말씀드린다. 주인공인 그레고리 하우스와 진단의학과 팀원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보면 환자의 삶으로 들어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내고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단서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병리를 밝혀내고 치료한다. 그 과정이 환자의 삶에 들어가고 환자를 보는 통찰력을 말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친절하게 진료하고 이것저것 얘기를 들어주는 사랑방의 한의원이 되는 것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역할에 스스로 한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번 회차에 나온 환자와 유사한 케이스는 한의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자이지만 진단이 안되고 원인을 몰라 치료를 못하곤 한다. 한의사가 된 후 7년의 시간동안 2만명이 넘는 환자를 만나고 환자의 삶에 들어가 치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이 환자분의 병리와 같은 환자들은 변증을 안하고 단일처방으로 치료하고 그래서 GGT300이 넘었음에도 자신있게 진료를 말씀 드렸다. 다음 회차에 이 환자분의 병리와 치료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이번 회차의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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