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료적 언어를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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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치료적 언어를 되돌아보다
  • 승인 2023.02.10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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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학

김병학

mjmedi@mjmedi.com


7기 M&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를 마치며
김병학해운대 유진한의원장
김병학
해운대 유진한의원장

한의대를 졸업하고 처음 환자를 대하고 치료를 하면서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정말 신기하고 좋았다. 침 하나로 많은 증상이 좋아지고, 병이 나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실제로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너무나 좋았고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임상의 시간이 늘어나고, 오랫동안 아프고 잘 안 낫는 분들을 만나가면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처럼 각 질환 앞에 겸손함이 절로 생기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고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분을 접하면서 어떻게 그분의 전체적인 상황들과 몸과 마음을 잘 알고, 삶의 질을 개선 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필연적으로 마음에 대한 공부를 계속 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 한의대를 졸업하는 시기에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치료에 접목한 음악 치료를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으로 공부하였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부산대에서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게 되었다. 그 연장 선상에서 M&L을 접하게 되었고, 2022년 4월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한의사를 포함한 다양한 심리 상담에 관심이 많은 분들과 함께 2023년 1월. 전문가 과정을 마치게 되었다.

M&L 과정을 마치면서 여러 좋았던 기억이 많지만 ‘치료적 언어’ ‘‘지금 이순간’ ‘새로운 시작’ 이렇게 3가지로 뒤돌아 보고자 한다.

 

치료적 언어

한의사로서 학부 때부터 다양한 수업도 듣고, 더 나은 치료를 위해 여러 가지 기법들도 배우고 습득하지만, 막상 임상 현장에서 환자분들과 가장 직접적으로 공유하게 되는 ‘대화’에 대해서는 각자의 능력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의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환자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되고, 정신과 환자뿐 아니라 우리가 대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의사가 하는 ‘치료적 언어’는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M&L의 여러 과정 중 ‘치료적 대화’ 파트는 이러한 진료실에서의 나의 언어에 대해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나, 진료실 대화에서의 ‘치료적 언어’를 마치 우리가 잘 모르는 제 2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정성스럽고 소중하게 배워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실제 임상케이스 예시를 통해 익혀 나가면서 다시 한번 치료적 언어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매 코스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강형원 교수님의 따뜻한 가이드로 시작 명상과 마무리 명상이 진행되고, 이를 통해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M&L 트레이닝 코스의 장점 중 하나는 ‘마음챙김 (Mindfulness)’과 ‘러빙 비잉니스(Loving beingness)’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명상을 실제로 경험하고, 한의사 스스로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명상을 어럽게 접근하지 않고 호흡 명상부터 차근차근 익혀 나가고, 환자분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메뉴얼 작업이 되어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상반기의 베이직 코스는 이러한 심리 치료와 명상 기법들을 하나하나씩 익혀가는 것에 초점이 되어 있다면 하반기 프로스킬 코스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화병. ASD, 트라우마 치료 등 임상에서 접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각각의 개념들과 최신 지견들을 리뷰하고 각각의 치료 매뉴얼들을 익히게 되어 정신과 치료에 한층 더 자신감을 붙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시작

지난 1월 14일부터 15일까지 부산 해운대 아르피나에서 ‘제7기 M&L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의 마지막 회차와 수료식이 있었다. 한의원과 차로 5분 거리인 장소에서 열리게 되어 멀리서 오시는 원장님들을 마중하는 마음이었다. 온라인으로 보던 분들을 실제로 보니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 신기하면서도 오래 알던 사람처럼 따뜻함이 느껴졌다. 각자의 임상 사례를 나누고 멀리 일본에서 오신 유수양 선생님의 진심 어린 강의는 언제 들어도 존경스럽고 감동적이다.

M&L 트레이닝 코스는 여러번 반복하며 들으시는 원장님들이 참 많다. 임상적인 도움과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참 좋은 과정이라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코스를 마치며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이 드는 것도 이 코스를 통해 매일 새로운 하루를 온전히 ‘지금 이순간’으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조금 더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좋아했던 ‘마중’이라는 가곡을 이 과정을 마치며 들어보니, 마치 M&L 상담기법을 노래하는 것 같아 노래 가사로 글을 마무리해 본다.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꽃으로 서 있을게.’

 

*한국M&L심리치료연구원 주최, M&L심리치료학회 주관으로 진행되는 ‘M&L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는 심리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임상 현장에서 요구되는 치료자로서의 자세와 다양한 심리치료 기법들을 습득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M&L은 Mindfulness & Loving beingness를 뜻하는 말로, 내담자 안에 있는 힘을 믿어주는 치료자가 제공하는 안전의 장 속에서,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아차리도록 돕는 것이 M&L 심리치료다. ‘M&L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는 일본 정신과전문의이자 후쿠오카 유멘탈 클리닉 원장인 유수양 선생님을 마스터 트레이너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원광대 한방신경정신과 교수인 강형원 교수님을 트레이너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부산, 광주 및 Zoom 등에서 10회차에 해당하는 트레이닝 코스를 진행하면서 총 20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특히 2022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2021년과 마찬가지로 Zoom을 활용해 코스를 진행하면서도, 체험을 중시하는 M&L심리치료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코스의 5회차와 10회차 때 각각 1박2일로 오프라인 코스를 진행함으로써, 온라인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면 실습의 기회를 가졌다. 2023년은 한국에 M&L심리치료가 들어온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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