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키 사카에 조선의서지 완역본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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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키 사카에 조선의서지 완역본에 붙여
  • 승인 2023.02.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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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평

박훈평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조선의서지


근래까지도 한국의학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먼저 생각나는 이는 한국인 학자가 아닌 미키 사카에(三木 榮)라는 일본인 학자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선의 고서가들과 교류하였고, 의학사 관련 논문들을 발표하였다. 종전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후속 작업을 계속하였다. 그리하여 <조선의서지(朝鮮醫書誌)>와 <조선의학사급질병사(朝鮮醫學史及疾病史)>를 완성하여 한국의학사의 견고한 초석을 쌓았다. 물론 그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식민사관에 전도된 흔적도 있지만, 그의 학술적 업적은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도 유효하였다. 의학사 연구에 있어 국내 학계의 자체 역량이 늘어나면서 미키의 오류도 일부 밝혀지고, 그를 넘어서는 결과물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한국의학사의 기본 참고서라는 지위는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미키 사카에 지음, 오준호 옮김, 문진 펴냄

그러나 저자의 모국어인 일본어로 쓰였다는 점, 그리고 그 저작 분량이 방대하다는 점, 무엇보다 저자 특유의 불친절한 인용(생략과 요약)으로 인하여, 일부 전문 학자들 외에 이름만 익숙하지, 실제 저술 내용을 볼 수 없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다.

이번에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오준호 박사가 오랜 시간을 할애하여 <조선의서지>의 완역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단순히 원문 전체를 번역하였을 뿐 아니라, 최신 학계의 성과를 반영하여 오류는 바로잡고, 간단하게 인용된 서문과 발문 등을 해당 책에서 찾아 복원하였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조선의서지>의 증보판이 나온 셈으로 결과물의 분량은 1300쪽에 달한다.

<조선의서지>는 6부로 구성되어있으며, 조선 고유 의서, 중국의서의 조선 판본, 의약 관련 조선 서적, 조선의서의 중국 판본, 조선의서의 일본 판본과 관련서, 조선의서 목록류로 되어 있다. 역자의 말처럼 “한국 전통 의학의 역사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출발점이 되는 책”이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다.

값진 결실을 맺은 오준호 박사에게 찬사를 보내며, 전문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책일 뿐 아니라, 이 번역서가 한의학의 전통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요한 참조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훈평 / 동신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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