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가장 중요한 한국의학사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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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가장 중요한 한국의학사 가이드북
  • 승인 2023.02.24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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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조선의서지

한국의학사에 대해 연구하면서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의학사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의사학이라 하는데, 그만큼 이 책은 의사학의 기초적인 자료를 풍부하게 갖추고 있는 셈이다. 과거 필자도 석·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의림촬요(醫林撮要)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이 책은 중요하게 참고 된 자료였다. 그러기에 일본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그때는 필요한 부분을 해석하려고 고생을 많이 했었다. 일본어 학원을 다니기도 하였지만, 능력이 되지 않아 결국 능통한 전문가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어를 잘한다고 해도 전문 서적을 해석하는 것은 별다른 지식이 필요하므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스스로 모자란 일본어 능력을 키우면서 전문적 실력도 발휘해야만 했었다.

미키 사카에 지음, 오준호 옮김, 문진 펴냄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그 뒤에도 후배들에게 올바른 지침을 주지 못하고 똑같은 어려움에 도전하지 못하는 것만 질책해 왔었다. 물론 학위과정을 끝낸 뒤에도 일본어 전문 강사와 대학의 교수를 섭외하며 이 책을 해석하려는 노력은 진행했었지만, 의학사에도 의사학에도 문외한인 그들을 가르치며 이 책의 해석을 계속 이끌기가 쉽지 않았고, 일본어 교수는 한일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 오히려 제대로 된 해석에 방해가 되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작업은 포기되었고, 재정적 뒷받침도 어려워 계속해 나갈 수가 없었다. 이제 소망하던 작업이 오준호 박사의 손에 의해 떳떳하게 완성되어 번역본이 출간되니 만감이 교차하며 그 기쁨이 한량없다. 기꺼이 그간의 오 박사의 수고를 두 팔 들어 환영하고 축하한다.

이제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조선의학사급질병사(朝鮮醫學史及疾病史)’의 번역본도 이참에 기대해 본다. 이 ‘조선의서지’와 ‘조선의학사급질병사’는 미키 사카에(三木榮)의 중요한 저작이지만, 실상은 같은 시기에 깊은 교류를 해왔던 김두종(金斗鍾)의 ‘한국의학사(韓國醫學史)’에 다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의사학에 대한 사상적 기반은 미키 사카에나 김두종이나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반도사관(半島史觀)을 통한 주체적 발전이 거의 없어서 중국에 의존하거나, 근현대에 이르러 일본에 의존하는 우리의 의학적 발전을 저평가한 점이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이만큼 풍부하게 자료를 모은 것이 여태 없었고, 많은 부분은 지금은 사라져서 연구하고자 해도 자료가 미비하여 아직까지 이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도 의사학을 전공한 후배들이 꾸준하게 배출되어 인력이 많이 확충되었다. 의사학을 통해 역사 가운데 내재된 우리 의학의 본질을 파악하고, 역사가 민족정기의 꽃이듯이 의사학이 우리 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비록 재정적으로 이들을 뒷받침할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공자의 사명감을 기대해도 좋다고 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점에서 의사학의 가이드 북이자, 미래 의학을 이끄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모쪼록 한국의 전통적 의학이 의료활동의 중심이 되고, 동서양의 의료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감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전염병에 세계가 허둥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역사가 없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의역사를 통해 우리 미래가 더욱 밝아지길 바란다.

 

김홍균 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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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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