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그 시절, 할리우드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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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그 시절, 할리우드의 민낯
  • 승인 2023.03.0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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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원

배효원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바빌론
감독: 데이미언 셔젤출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조반 아데포, 리 준 리, 토비 맥과이어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조반 아데포, 리 준 리, 토비 맥과이어

서울에서 점심 식사 약속을 마치고 제주로 내려오는 비행기 시간까지 꽤 긴 기다림이 필요했기에 영화관을 들렀다. 최근 개봉해서 살펴본 적이 있지만 영화 관람 등급 때문에 망설였던 영화가 보였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니 조심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평소 잘 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영화라니 관심이 생겼고, 관람평이 반반으로 나뉘고 있어 직접 보고 평가하고 싶었다.

 얼마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일지 걱정과 기대를 안고 마주한 첫 장면은 난잡한 파티 장면이었다. 이런 장면이 계속된다면 끝까지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차츰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개되면서 파티 장면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의 배경은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전환되고 있는 1926년~1932년의 할리우드다.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당시 최고의 스타인 잭, 스타가 되고 싶은 넬리, 영화계에서 성공하고 싶은 매니가 있다. 세 인물을 연기한 각 연기자는 실제 자신들의 모습과 유사한 극 중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는데 어느새 원로배우가 된 브래트 피트가 잭을, 할리 퀸으로 유명해진 마고 로비가 넬리를, 무명에 가까운 디에고 칼바가 매니를 맡았다. 이는 감독이 의도한 바로 배우들이 마치 자신을 연기하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함으로써 영화에 현실감을 더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전작 중 아직도 한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라라랜드’ 또한 영화에 관한 영화로, ‘바빌론’과 비교되며 거론되고 있다. ‘라라랜드’는 현시점의 화려하고 동경의 대상이 되는 영화계를 다루고 있는 반면, ‘바빌론’은 영화계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기까지의 급변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다루고 있다. 무성 영화 시절은 장면의 연출만이 필요했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인 촬영이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체계와 질서가 없었고,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데이미언 셔젤은 이러한 모습들을 코믹하게 연출하면서 훗날 발전해가는 영화계의 모습과 대비시켜 보여준다. 유성 영화 시대로 넘어오는 과도기의 과정 또한 재밌게 연출되었는데 이러한 물살을 잘 타는 사람은 빠른 성공의 가도를 달리게 되고, 시류를 타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되었다. 하지만 영화는 이는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시대에 선택된 사람인가 선택되지 못했는가에 달려 있음을 또한 보여준다.

감독은 바빌론에 대한 구상을 이미 15년 전에 시작하였는데, 이런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영화들을 먼저 촬영하며 입지를 쌓는 중에 운이 좋게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만나 전적인 지지를 받으며 ‘바빌론’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간혹 작가나 감독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섭다. 10년을 기다렸다거나 20년을 기다렸다거나 하는 말들. 다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다.

상영시간 189분의 긴 영화로 따로 시간을 내어 본다면 한나절이 그냥 지나갈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고 여유시간이 많은 분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한다.

 

배효원 / 제주경희미르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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