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48> - 『痘編要覽』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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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48> - 『痘編要覽』②
  • 승인 2023.03.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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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면역원리 적용한 조선식 예방접종

  전호에서 이 책에 ‘保嬰方’이라는 표제를 비롯해 ‘痘編要覽’(권수제), ‘時種統編’(본문) 등 여러 서명이 붙여져 있음을 말했다. 또 실제 본문 내용에서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李鍾仁(1756~1823) 지은『時種通編』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전문은 상하2권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상권에는 저자 이종인의 자서로부터 이종원의 발문, 그리고 種痘始終凡例(10조), 목록에 이어 본문이 시작된다. 본문은 指南賦, 玉髓賦, 金鏡賦, 小兒百日內出痘歌 등 두창치료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본초배오와 약효, 용약법을 가부로 만들어 제시해 놓았다.

◇ 『두편요람』

  이어 허실론, 표리기혈허실론, 허증보기불보혈론 등 두창치법과 병인, 병기설에 관한 다양한 병론이 실려 있다. 또 형색론, 기혈영위론, 칠훈론, 오함론, 복함론, 도함도엽론, 태독온명문론, 공창대창론 등 두창치료 경험에서 우러나온 의론들이 전개되어 있다.

  나아가 본격적인 종두치법에 관해서 종두원인, 종두법, 종두예선조리론, 종두아정신형기론, 발열론, 발열부, 발열시조치법, 발열시제증, 현점론, 현점부, 현점시조치법, 현점시제증, 기창론, 기창부, 기창시조치법, 기창시제증으로 상세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하권은 관장론으로부터 시작하는데, 관장부, 관장시조치법, 관장시제증, 수엽론, 수엽부, 수엽시조치법, 수엽시제증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이어진다. 이상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이 책에서는 두창의 병증 변화에 따라 발열 → 현점 → 기창 → 관장 → 수엽의 차례로 두창의 전변단계를 설정해 논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말미에 附說이 추가되어 있는데, 미혼여자나 임신부가 두창에 감염된 경우를 논한 ‘室女孕婦出痘’조, 소아가 아닌 장년에 이르러 두창을 앓게 된 경우를 논구한 ‘年長男女出痘’ 조문이 실려 있다. 아울러 치료 중에 가릴 음식과 피할 음식을 적시한 宜食食忌竝錄, 그리고 끝으로 주의사항을 기재한 例忌 조항이 붙어 있다.

  하권에서 예기까지 병론이 끝나고 나서 본론에서 언급한 각종 치료처방들을 한군데 모아서 수록해 놓았다. 여기에는 삼소음, 승마갈근탕, 도적산으로부터 세심산, 폐포산, 소풍산에 이르기까지 173종에 달하는 각종 치료처방을 일련번호대로 수록하였는데, 처방을 구성하는 각종 약재는 全稱을 사용치 않고 한글자로 만든 약호(單稱)를 사용했으며, 분량도 숫자만 표기한 것이 특징적이다.

  예컨대, 가장 마지막 消風散의 경우 “參羌灸甘芎, 防荊伏蟬朴, 殭蠶陳藿各兩半, 細末二錢淸茶下.”라는 대귀로 方詩를 만들어 기재해 놓았다. 아마도 본초방제를 배운 이라면 쉽게 연상해 낼 수 있겠지만, 저자는 미숙한 초학자를 배려해서 각종 약재의 약칭법(藥稱辨疑)을 3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제시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곧 첫 글자만으로 약칭하는 경우, 上字單稱이라하고 갈근, 진피, 길경 등은 葛, 陳, 吉로 약기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운데 자를 택해 약칭하는 中字單稱에서 백복령, 우방자, 백작약 같은 약명을 伏, 蒡, 芍으로 축약했으며, 마지막 글자를 택하는 下者單稱에서는 인삼, 황기, 백출 등을 蔘, 芪, 朮로 표기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창병론만 살펴봐서도 이 책이 본격적인 의약론을 다룬 이론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일 병증을 다룬 전문임상의서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의론을 수록한 책이 아닌가 싶다. 나아가 이는 또 조선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두창 치료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는 실증 가운데 하나라고 얘기할 수 있다.

  조선에서 두창과 마진은 15세기 이후 수백 년간 치명적인 소아질환으로 군림하다가, 이 무렵부터 점차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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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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