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음인 망양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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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음인 망양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세 번째 이야기-
  • 승인 2023.03.10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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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51)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소음인 울광병초증과 소양인 표한병

소양인 표한병과 가장 유사한 소음인 병증은 무엇일까? 소양인이 스트레스나 외감에 의해서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표한증이 나타난 경우에 해당하는 소음인 병증은 울광병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울광병 중에서도 울광병 초증이라고 할 수 있다.

太陽病 表證因在而 其人如狂者 鬱狂之初證也

陽明病 胃家實 不更衣者 鬱狂之中證也

陽明病 潮熱 狂言 微喘直視者 鬱狂之末證也

신수열 표열병론을 보면 ‘太陽傷風 發熱惡寒者 卽 少陰人 腎受熱 表熱病也’라고 하였으며, 汗出의 유무로써 鬱狂病과 亡陽病으로 나눴다. 그런데 鬱狂病 중에서도 初證, 中證, 末證의 구분을 보면 鬱狂病 初證만이 表證 즉 惡寒 증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양인의 表寒病과 비교해볼 수 있는 소음인의 병증은 울광병 초증이라고 할 수 있다.

울광병 초증에서 이제마가 새로 만든 처방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천궁계지탕, 궁귀향소산, 곽향정기산의 세 처방이 바로 그 처방들이다. 이들은 감기 초기에 쓰는 처방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감기 초기에 쓰는 처방들은 혈액을 체표로 보내서 수많은 면역세포들이 외부의 적과 싸우기 용이한 환경을 만드는 처방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들 처방들을 이용해서 소음인의 말초 혈류량을 늘릴 수 있다면, 말초 저항을 줄여서 열발산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황기 계지 부자와 망양병

망양병 처방들을 보면 대부분 ‘계지+황기’의 조합으로 처방되고 있으며, 보중익기탕에서만 예외적으로 계지 없이 황기 단독으로 처방되고 있다. 그러나 망양병 처방에서 황기 없이 계지 단독으로 처방된 경우는 없다. 오히려 울광병 초증에 보면 천궁계지탕은 황기 없이 계지만 처방되고 있다. 즉 망양병에 계지를 처방할 때는 항상 황기와 함께 처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황기 없이 계지만 처방될 때는 울광병 초증에 처방이 되며 천궁계지탕이 이에 해당한다.

○ 계지+황기 → 망양병 처방

○ 황기 단독 → 망양병 처방 (보중익기탕)

○ 계지 단독 → 울광병 초증 처방 (천궁계지탕)

이는 계지와 황기의 약리적인 면을 봐도 일맥상통한다. 계지는 말초혈관을 확장해서 열발산을 돕기 때문에 계지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말초저항이 높은 상태인 울광병 초증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황기는 손상된 심장의 심박출량을 늘리면서 심박수는 줄이고 낮아진 동맥압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1회 심박출량이 늘어나고 심박수는 줄어들기 때문에 혈류량은 비교적 일정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 혈류량이 일정할 경우 압력과 저항은 비례하기 때문에 동맥압이 올라가면 말초저항 역시 올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황기는 계지와는 반대로 말초저항을 늘려서 열발산을 억제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의학 서적들에서도 계지는 손발이 차가울 때 종종 처방되나, 황기는 주로 勞役過多으로 인한 煩熱이 심할 때 처방된다. 이러한 적응증 역시 황기가 열발산을 억제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음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망양병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약재는 황기라고 할 수 있으며 상태가 심할 때는 여기에 부자가 더해지고 있다. 계지는 망양병 치료를 위해서 분명히 도움이 되는 약이지만 없으면 안 되는 약재라고 할 수는 없다. 계지는 황기를 보조하기 위해서 추가되는 약재라고 할 수 있다. 부자는 황기만으로 심근수축력 향상이 부족할 경우 심근수축력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황기나 황기+계지 혹은 황기+계지+부자 등으로 순환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순환기능이 회복되어야 땀을 흘리지 않고도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구간 즉 온열중성대(thermoneurtal zone)가 넓어지면서 汗出이 회복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마는 이러한 치료방법을 升陽益氣라고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소음인과 소양인의 表病證

요컨대 체질의학에서 말하는 表病證은 말초저항과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말초저항이 높아서 열발산이 잘 안되면 表寒證이 나타나고, 말초저항이 낮아서 열발산이 잘 되면 表熱證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裏熱이 치성한 소양인에게는 열발산이 안 되서 표한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열발산이 잘 되어 표열증이 나타나는 경우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며, 裏寒이 치성한 소음인에게는 거꾸로 열발산이 잘 되어 표열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열발산이 안 되서 표한증이 나타나는 경우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간단하게 표현해보자면 소양인은 ‘열+높은 압력’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며, 소음인은 ‘한+낮은 압력’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다.

그래서 소양인 表病證에서는 표한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표열증이 나타나는 경우보다 더 위중한 병증에 해당하며, 소음인 表病證에서는 표열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표한증이 나타나는 경우보다 더 위중한 병증에 해당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양인 表病證 중에서는 표한증이 나타나는 身寒腹痛 亡陰證이 가장 위중한 危證이 되고, 소음인 表病證 중에서는 표열증이 나타나는 亡陽病末證이 가장 위중한 危證이 된다.


裏熱한 소양인은 말초저항이 높아서 열발산이 안 되는 상황이 부담스럽고,

裏寒한 소음인은 말초저항이 낮아서 열발산이 과도한 상황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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