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의 해외 환자 90% 감소…유치업체·통역가 지원 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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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한의 해외 환자 90% 감소…유치업체·통역가 지원 必”
  • 승인 2023.03.1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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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한의약진흥원, 한의약 외국인환자 유치 사업 설명회 개최

지자체-의료기관-유치업체-통역 협력모델 필요…한의약만의 특화 프로그램 구축해야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약 해외 환자 유치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이전의 10%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돌파구로 환자유치업체와 통역 코디네이터를 지원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들과의 협력모델을 기반으로 한의약만의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지난 8일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3에서 ‘한의약 외국인환자 유치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진흥원에서 지난 2021년부터 3년 계획으로 추진 중인 ‘한의약 외국인환자 유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한의약진흥원에 따르면 이 사업은 중국과 일본특화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의료기관들의 외국인환자 진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주력해왔으며, 현재 중복을 포함해 70개소 의료기관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한의약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시장 생태계가 파괴되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의 수는 코로나19 이전의 1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일본 외국인환자유치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리봄한방병원의 정준호 본부장은 “지난 2019년까지만해도 한의약 외국인환자는 2만 3273명으로 조금씩 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겪은 2020년 2204명으로 급감했고, 아직까지 이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우수한 통역인력이 중요한데 이 인력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갈 곳을 잃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유치업체도 어려움을 겪으며 흩어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를 버틴 해외환자유치업체’라고 소개한 메디라운드의 신영종 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다음해에 코로나19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해 2월부터 6월까지 출근해서 한 일은 환불 뿐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의료기관-지자체-한의약진흥원-유치업체-통역코디네이터 등 관련기관의 협력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우선 해외환자유치업체를 지원하고, 이들 사이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준호 본부장은 “지자체가 주관하는 해외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국내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리봄한방병원은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2021년과 2022년에 해외환자유치 활성화 포럼을 개최했고, 지난해부터는 일본 의료관련 박람회를 참석해왔다. 해외환자유치업체를 비롯해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와 해외 현지 여행사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 A씨는 “현재 한의약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의료기관이나 관련업계 종사자 개인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자체나 환자유치업체를 지원하는 내용은 없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관계자 B씨는 “현재 환자유치업체와 의료관광 종사자의 생태계가 90% 이상 파괴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도 시너지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고민해달라”며 “한의약이 특별히 우수한 점은 무엇인가. 한의학의 장점을 고객에게 알릴 수 있는 정확한 모델이 필요하고, 이를 유치에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방의료기관과 유치업체의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환자 유치가 있어야 진료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방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통역 코디네이터를 위한 직무교육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방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증’을 개설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관계자 C씨는 “코디네이터의 입장에서는 한의학 용어가 어렵고 낯설기 때문에 통역 일이 재미가 없다. 그런데 지난해에 시범적으로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했더니 기존에 없던 내용이고 효과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며 “코디네이터들이 한방 특화 교육을 적극적으로 받도록 ‘한방의료코디네이터’라는 자격증을 개설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의원 진료 통역을 갈 때 가장 문제는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통역은 기본적으로 4시간을 가정하는데, 진료가 30분이나 1시간에 끝나면 코디네이터는 그 곳에 가고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계자들은 또한 한의학만의 특화된 장점이 있는 웰니스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환자 유치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한의사회의 김정국 부회장은 “한의약해외환자유치사업은 ▲한국형 웰니스 프로그램 구축 ▲한국전통문화체험 ▲한의약 강점 질환 치료 ▲한·양방 융합치료 등이 필요하다. 환자들이 ‘굳이’ 한국을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며 “약선요리나 템플스테이, 사상체질 등을 특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정준호 본부장은 “외국인이 단순히 침 한 번 맞기 위해 한국까지 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병원 입장에서도 낮은 수가 대비 이익이 낮다”며 “우수한 한의약의료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환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치료 효과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고가의 장기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한의약연구를 지원해서 한의약이 대체의학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영종 대표는 “더 이상 단순한 ‘메이드인코리아’로는 통하지 않는다. 의료관광을 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도 너무 많다. 고객들은 상품을 넘어 상품에 대한 체험까지도 중요하게 여긴다”며 “병원이 해야 할 일은 상품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유치업체는 이를 잘 포장하고 고객과 접촉하는데 유리하다. 이들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환자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디라운드에서 개발해 중국, 몽골, 동남아시아 6개국 대상 외국인환자 상담 및 통역 프로그램 ‘스마트의료관광서비스’를 하나의 방안으로 소개했다.

일본 환자 유치 지원센터의 이상재 부산대한의전 교수 역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의약 수요조사를 해본 결과, 이들이 한의학을 찾는 이유는 한국의 한방의료를 경험해보고싶고, 한국의 한의학이 일본보다 더 전문적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며 “일본 내 한방의료 조사에 따르면, 최근 이용 층에서 20~40대 여성환자가 급증했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미용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체질진단, 항노화, 피부미용, 여성질환, 다이어트 등의 진료에 주력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모인 의견에 관해 남효주 한의약진흥원 세계화센터장은 “지금까지 2년 동안은 의료기관의 품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고, 지자체나 유치업체와의 협력이 부족했다”면서 “예산상의 문제로 지금까지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 향후에는 이들과의 협력으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한다.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프로그램을 확대 개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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