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체질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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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체질침관
  • 승인 2023.03.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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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70

 

체질침을 시술하는 모양은 특이하다. 우선 침을 몸에 찔러두지 않는다. 8체질의사는 체질침을 시술하는 도구를 들고 환자의 팔과 다리에서 위와 아래로 방향을 바꾸면서 마치 봄날 논에 모내기를 하는 모양으로 부지런히 양손을 움직이는데, 침을 놓는다고 하면서 침은 보이지도 않고 대신 경쾌한 금속성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울린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보호자들이, ‘선생님이 무용을 하는 것 같다던가 마치 태극권을 수련하는 장면 같다던가 검술 고수 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부혈

8체질의학을 창시한 권도원 선생은 경락을 각 장기가 생체 전체에 전달하는 그 경락만이 갖는 고유한 영향력을 운반하는 길이라고 정의하고, 따라서 모든 장기는 고유의 경락을 갖는다고 하였다.1) 그리고 내장의 상관관계는 바로 경락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고, 경락에서 이러한 장기간의 연락은 장부혈(臟腑穴)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질침은 바로 장기(臟器) 사이의 관계를 조절하는 침법으로 장부혈에만 시술하게 된다. 장부혈은 사람의 팔과 다리에 있는 오수혈(五兪穴)이라고도 부르는 경혈로 팔의 팔꿈치 아래와 다리의 무릎 아래에 있는 특별한 혈자리이다.

체질침의 이론에서 장부혈은 영향력을 보내는 송혈(送穴)2)과 다른 장기의 영향력을 받는 수혈(受穴)3)로 구분된다. 그리고 장부혈은 장경(臟經)과 부경(腑經)에 각기 다른 오행(五行)이 배속되어 있고, 오행이 서로 생()하고 극()하는 원리를 응용하여 체질침 처방을 구성한다.

 

Energyhole

맨홀(manhole)은 도시의 경혈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4) 그의 관심은 도시의 맨홀 뚜껑인 것 같다. 맨홀은 도시의 지하를 흐르는 관로의 점검이나 청소, 파이프의 연결이나 접합을 위해 사람이 출입하는 시설을 말한다. 관로에서는 맨홀을 기점과 합류점 그리고 관의 지름·방향·구배가 변하는 곳이라든가 긴 관로의 중간점 등에 설치한다.

관로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경락이 어떤 관로와 비슷한지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경락과 경혈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로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관로가 경락이라면 맨홀은 경혈인 것이 맞다. 이 중에도 장부혈은 경락을 통해서 장부와 직접 연결되는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경혈이다. 장부혈은 장기의 상호 영향력을 교환하는 에너지홀(energyhole)이라고 할 수 있다.

 

체질침 처방

체질론적인 치료 이론에 의해 시술되는 체질침 처방은 장부혈을 송혈과 수혈의 순서로 조합한 것이다. 송혈로 영향력을 보내면 수혈이 받는다. 이것이 반복된다. 장부의 관계를 조절하는 장부방(臟腑方)은 기본적으로 송혈 > 수혈 > 송혈 > 수혈의 순서로 네 개의 장부혈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인체의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처방은 송혈은 없이 수혈과 수혈두 개로 구성된다. 처방의 단계와 운용법에 따라 장부방과 자율신경조절방을 계통적으로 적절하게 조합한 것이 체질침 처방이다. 그리고 실제적인 체질침 시술에서는 장부혈의 순서 규칙에 추가해서, 숫자적인 원리인 수리(數理)와 자침의 방향성인 영수침자법(迎隨鍼刺法)5)이 포함된다.

정리하여 말하자면 체질침을 시술하는 모양의 특이성은, 팔꿈치와 무릎 아래에 위치하는 장부혈을 선택해서, 경락이 흐르는 방향을 고려해서 단자(單刺)로 자침하고, 송혈과 수혈의 순서에 맞고 수리도 맞추면서 반복6)하는 과정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처방의 단계가 높고 복잡할수록 팔과 다리의 한쪽이 아니라 양쪽으로 시술할 수도 있고, 더 많은 단위방의 반복이 필요하기도 하다.

 

체질침 처방은 개인의 조건과 질병의 상황에 맞게 장부혈을 가장 효율적이고 적확한 순서와 회수로 조직하고 조합한 것인데, 이것은 마치 컴퓨터를 위한 코딩(coding)과 같다. 즉 체질침 처방은 인체의 내장구조와 면역시스템인 자율신경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인체 외부에서 주입되는 프로그램으로, 스마트폰을 위해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듯이 체질침 처방은 인체를 위한 1회용 앱(app)인 셈이다.

 

체질침관

4대 사상체질의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고() 최병일 원장은 경희대학교 19기 졸업생으로 학부생이던 1971년에 권도원 선생이 진행한 임상특강을 들었다. 그리고 동기생인 강명자 김기창과 함께 한국체질침학회의 학생 회원이 되었다. 당시에 부회장은 염태환 총무는 유호성이었는데, 유호성은 강명자의 동덕여고 시절 은사이기도 했다.

나는 2010년 가을에 수유동에 있던 인수한의원으로 최병일 원장을 찾아갔고 이후에도 몇 번을 더 뵈었다. 처음 만난 날, 40년 가까이 오래 보관하고 있던 1971년에 처음 제작된 체질침관과 1974년에 두 번째로 제작한 것을, 사진에서처럼 전동베드 위에 올려서 보여주셨다.

 

반자동식 장치

권도원 선생은 19741월에 명대논문집7집에 실은 체질침 치료에 관한 연구에서 논문을 위해 사용한 재료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다.

Acupuncture needle은 일본 Ido no NipponshaSuper needle의 길이 30mm3번과 4번을 체질침을 위하여 필자가 특별히 고안한 반자동식 장치에 부설하여 사용하였다.”

최병일 원장은 1971년에 세운상가 주변에 있던 재료상과 제작소에서 CA 1971을 제작했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그런 후에 1974년에 두 번째로 CA 1974를 제작했다고 하였다.

 

침시술용 침관

이 반자동식 장치는 권도원 선생의 명의로 199636일에 실용실안 출원이 되어 1999225일에 등록되었다. 아래는 등록실용신안공보에 들어 있는 침 시술용 침관 도면이다.

 

체질침을 시술할 때는 한 사람에게 침 한 개면 되니 아주 간편하고 경제적이다. 침은 1회용이라 사용 후에는 의료폐기물로 배출한다. 침관은 분해해서 고압멸균기를 통해서 멸균소독 처리한 후에 침을 장착하고 조립하여 사용한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Dowon Gwon,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 1962. 9. 7. p.8
   "Ching Lo, or Meridian, is the road for conveying the peculiarly influential power of each organ which gives the former one to the whole living body. Therefore, all of the organs have their own Ching Lo's."

2) 5개의 장부혈 중에 자기 경락(自經)의 번호와 똑같은 번호를 가진 혈로, 자혈(自穴)이라고도 한다. 자혈은 자기 장기의 영향력을 나머지 4장기에 보내는 작용만을 가지고 있다. 출처 : 「1차 논문」

3) 장부혈 중에서 송혈을 제외한 4개 혈들은 단지 다른 4장기, 즉 자기 혈 번호와 동일한 장기 번호를 가진 장기로부터 영향력을 받아 그 혈 자신이 속한 자기 장기에 그 영향력을 받아주는 역할 만을 가지고 있다.  출처 : 「1차 논문」
   「62 논문」에도 송혈과 수혈의 개념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송혈과 수혈이라고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4)  ‘맨홀 뚜껑에 남은 도시의 역사’ 신인섭, 『중앙선데이』 2022. 5. 21.
   “지하 시설의 유지·보수를 위해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인 맨홀(manhole)은 주로 기점과 합류점, 변곡점, 긴 구간의 중간 등에 설치돼 있다. 한의학의 인체 경혈(經穴) 같은 지점이다.”

5) 영(迎)과 수(隨)는 자침의 방향에 관한 것이다. 영(-)은 con-puncture로서 경락의 흐름에 거스르는 것이고, 수(+)는 pro-puncture로서 경락의 흐름에 따르는 방법이다. 그런데 장부혈에 자침할 때 수법을 보(補)라 하고, 영법을 사(瀉)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흔히 영수보사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개개의 장부혈에 영 또는 수한 결과가 장부방에서 보방(補方)이거나 사방(瀉方)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수침자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6) 「1차 논문」에 반복 자침법에 대한 첫 언급이 있다. 그러나 반복 회수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후에 「2차 논문」에서 C P M으로 구분하여 반복법을 수리와 결합하였다. 하지만 이때는 처방별로 반복하는 방식이나 기호를 다르게 적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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