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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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믿음
  • 승인 2023.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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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71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1976329일에 LA에 있는 호텔인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Dorothy Chandler Pavilion)에서 열린 제48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색상 등 주요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작가 켄 키시1)1962년에 쓴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소설에서는 추장의 구술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영화에서는 잭 니콜슨이 연기한 맥머피를 3인칭으로 하여 전개된다. 작가는 이 문제로 영화 제작진과 마찰이 생겨 소송까지 하는 등 영화 자체는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설과 영화의 제목은 한 마리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갔네.’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것은 거위이다. 제목은 거위 세 마리, 한 마리는 동쪽으로, 한 마리는 서쪽으로, 한 마리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갔네.2)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것이 포함된 것은 구전 민요로, 아이들이 원을 지어 부르면서 놀이로 즐겼는데 가사는 다양한 버전이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정신병원이다. 미국에서 cuckoo는 속어로 얼간이, 멍청이, 미친 사람이란 뜻이 있어서 뻐꾸기 둥지(cuckoo's nest)는 정신병원을 의미한다.

 

탁란

탁란(托卵)이란 조류가 다른 새의 둥지에 자기 알을 낳아 키우게 하는 일을 말한다. 대표적인 새는 뻐꾸기목인 두견이, 뻐꾸기, 매사촌 등이 있다. 또 참새목에서는 아프리카의 천인조과가 그렇고, 찌르레기과에 속하는 아메리카의 탁란찌르레기와 기러기목에 속한 검은머리오리가 그런 특성이 있다고 한다.

뻐꾸기는 개개비나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데, 일찍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숙주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것으로 삶을 시작한다. 숙주는 제 새끼를 모두 죽인 저보다 큰 뻐꾸기 새끼를 온갖 힘을 기울여 기른다. 9천종 정도 되는 전체 조류 중에서 탁란하는 습성을 가진 조류는 102종 정도가 있다고 한다.

 

본능

숙주 어미새는 탁란한 새가 다 자랄 때까지 자신의 새끼인 줄 알고 먹이를 가져다 먹인다. 뻐꾸기나 두견새는 새끼 때부터 크기가 꽤 큰 편이라서 다 자라지 않았는데도 어미새보다 몸집이 서너 배는 커다랗고 외형도 확연하게 달라 보이는데 어미새는 남의 새끼의 양육을 멈추지 않는다. 왜 그럴까. 우선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숙주 새의 새끼와 같은 소리를 낸다. 그리고 조류는 자기 새끼를 검증하기 어렵고, 먹이를 달라고 새끼가 붉은 입 안을 보이면 먹이를 주도록 되어 있는 조류의 본능적 습성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새끼 뻐꾸기는 자기의 부모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숙주 어미새의 양육을 받아 성장해서 둥지를 떠나면 숙주 새의 소리는 잊어버리고 뻐꾸기 소리로 운다고 한다. 본능이 그렇게 이끄는 것이다. 숙주 어미새가 자신보다 훨씬 커버린 새끼 뻐꾸기를 먹여 키우는 것도 본능이다.

 

뻐꾸기 둥지

조류는 번식을 위해 둥지를 짓는다. 그런데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면 자신들의 둥지는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 오해를 가졌던 적이 있다. 그런데 탁란으로 유명한 뻐꾸기라도 탁란을 하는 종류는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스파게티 웨스턴

서부극(Western)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장르이다. 미국인들이 미개발된 서부로 진출해 아메리카 대륙의 중심을 완전히 차지하는 역사를 액션과 전쟁물로 묘사한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유행했던 스파게티 웨스턴이 있다. 영화에서 지리적인 배경은 고전적인 서부극처럼 미국 서부를 무대로 삼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장면이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촬영되었으며 아르헨티나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촬영하였다. 제작사가 이탈리아였으므로 영어가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녹음했다. 그래서 이탤리언 웨스턴이라고도 부른다.

벤허의 조감독이었던 세르조 레오네3)1964년에 6월에 발표한 황야의 무법자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서부극 유행의 시초가 되었고, 이후 여러 작품에서 콤비를 이뤘던 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4)의 걸작들이 함께 탄생했다. 리 밴 클리프, 클린트 이스트우드, 테렌스 힐, 프랑코 네로 등이 주요한 배우로 활동했다.

마치 탁란된 뻐꾸기의 알처럼, 미국 시대물을 이탈리아에 있는 영화사가 이탈리아어로 제작해서 미국 본토는 물론 전 세계로 퍼뜨렸던 것이다.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적당히 황량한 배경에서의 총격전이 주된 테마가 된다면 서부극으로 분류된다. 1920~30년대 금주법 시대나 현대를 다룬 서부극인 네오 웨스턴’, 1930~40년대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 중국과 한국의 만주 웨스턴, 20세기 적백내전을 배경으로 한 러시아의 오스턴 또는 레드 웨스턴, 19세기 홋카이도 개척기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스키야키 웨스턴 등의 다양한 변종이 있다.

 

무숙자

1973년에 제작된 Il Mio Nome è Nessuno가 있다. 영어 제목은 ‘My name is Nobody’인데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 제목은 무숙자(無宿者)’였다. 헨리 폰다와 테렌스 힐이 주연이다. 이 영화는 무법자 시대의 전설적인 총잡이인 잭 보러가드와 어릴 적부터 잭을 우상으로 여겼던 노바디(Nobody)의 이야기이다. 잭의 희망은 총잡이 세계에서 은퇴해서 유럽으로 가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노바디는 죽지 않고서는 서부를 떠날 수 없다고 충고한다.

영화의 도입에서 무법자 일당은 이발소의 주인과 아들이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이발소 밖에서 총을 겨누고 대기하면서 가짜 이발사가 된 한 명이 잭의 턱에 비누거품을 바르고 잭의 턱 아래에 면도칼을 들이민다. 그를 죽여서 명성을 떨치려는 것이다. 하지만 잭은 그가 가짜라는 것을 간파하고 권총의 총구로 가짜의 고환 아래를 쓱 찌른다. 태연하게 면도를 모두 마치고 거울을 통해서 바깥에 있던 일당 두 명을 확인한 후에 속사로 셋을 처치해 버린다. 그리고 10달러 두 장을 요금통에 넣고 원래 이발사 부자가 갇혀있는 방의 문을 열어준 뒤 떠난다. 이발소 안 요금판에는 거품까지 발라서 면도해주는 요금이 50센트라고 적혀있었다.

영화의 결말은 수미쌍관의 형식이다. 노바디가 잭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서부에 이미 소문이 퍼졌다. 그런데 잭은 유럽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면서 편지를 쓰고 있다. 수신인은 잭의 죽음이 거짓이었음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노바디이다. 두 사람의 가짜 대결 장면에서 잭이 권총집에 손을 대기도 전에 노바디는 이미 총을 뽑아 사격까지 끝내는 놀라운 속도를 보여준다. 노바디가 쏜 것은 공포탄이었고 그의 번개 같은 속도에 잭은 경악했었다.

 

 

이번에는 노바디가 이발소의 의자 위에서 면도하기 위해 상체가 반쯤 뒤로 눕혀져 있다. 나레이션으로 잭의 목소리가 들린다. 얼굴에는 이미 비누거품을 발랐고 이발사가 면도칼을 들고 다가오는 순간, ‘절대 방심하지 말고, 이발소에서 면도를 할 때는 이발사의 자켓을 꼭 주의해서 보라는 충고였다. 노바디는 손가락을 권총모양으로 만들어 가짜 이발사의 항문에 찌른다.

 

믿음

이발소의 의자 위에 누워 비누거품을 바르고 이발사의 면도칼을 향해서 목을 드러내는 행위는, 전적으로 그를 믿는다는 뜻이다. 면도칼의 묵직한 날카로움 앞에서 목은 매우 취약한 곳이 아닌가. 마피아 소재의 영화에서 이발 도중에 암살당하는 장면은 면도 크림과 피의 색채가 잘 대비되어 표현되는 하나의 클리셰(cliché)5)가 되기도 했다.

사람이 행하는 모든 일에는 그 바탕에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이 사람을, 위대한 것을 이루도록 이끌고 또한 사람을 추악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치란 항상 상대적이니 무엇이 좋은 믿음이고 또 나쁜 믿음인지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믿고 사느냐, 어떻게 믿고 사느냐.’ 믿음의 문제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가진 믿음에 간섭하지 않는 것, 가진 믿음이 다르다고 싸우지 않는 것, 인류의 역사에서 이 덕목은 잘 실천되지 못했다. 대중이란 개구리밥 같아 쉽게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Ken Kesey(1935 ~ 2001)

2) Three geese in a flock. One flew East. One flew West. And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3) Sergio Leone(1929. 1. 3. ~ 1989. 4. 30.)

4)  Ennio Morricone(1928. 11. 10. ~ 2020. 7. 6.)

5)  Cutthroat Raz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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