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보건사업] Aging in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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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보건사업] Aging in Place
  • 승인 2023.04.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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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한은경

mjmedi@mjmedi.com


◇사진 출처: www.longtermcare.or.kr
◇사진 출처: www.longtermcare.or.kr

사람들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부와 명예보다도 중요하다고 하는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나이들어서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요. 노화(aging)는 그 누구를 가리지 않고, 스스로 씻고, 혼자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옷을 갈아입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가고 싶은 곳까지 걸어가는 등의 모습이 과연 당연한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독립적인 개체로서 기능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건강을 잃은 모습은 의존(dependency)’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그 정도를 측정하고, 의존도가 높은 노인에게는 그 정도에 따라 적합한 보건의료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한국에서 현재 고령사회와 관련된 보건복지 어젠다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은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고령사회와 관련된 비용 시나리오에는 다양한 만성질환으로의 이환, 중증질환으로의 악화, 그리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져서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요양원 등의 시설로 입소하는 경우 등이 종종 포함됩니다. 비용뿐 아니라, 낯선 곳으로 가는 데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나 부담감, 생활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은 각 개인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시설 입소를 지연시키거나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하게 만들고, 또 시설 입소를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합니다.

Aging in Place (AIP)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정의하기를 연령이나 소득 수준, (신체적, 정신적) 기능 수준에 상관없이 안전하고 독립적이며 편안하게 그 자신의 집 또는 공동체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1)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살던 곳에서 사는 것이라고 짧게 이야기하기에는 약간 부족하고, 그 취지는 요양원 등의 시설 입소를 최소화하고, 살던 곳에서 자립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노후를 보낸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한의사의 방문 진료를 포함하여 확대되고 있는 통합돌봄사업도 AIP가 우리 사회에서 더 잘 뿌리내릴 수 있게 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적 지지, 주거, 복지와 연계된 의료서비스를 노인에게 얼마나 잘 제공함으로서 시설 입소(에 이를 만큼 개인의 건강상 독립성을 잃고 심하게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태)를 초기에 억제/예방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무척 좋을 것입니다. 통합돌봄사업을 통해서 발굴해 낸 노인 돌봄 사례에 대해서는 지난 글2)에서도 다루었습니다만, 이와 관련한 사업성과지표가 각 시도의 지역보건의료계획에 명시된다면 시군구 단위에서의 통합돌봄사업을 좀더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개별 사업의 목적과 방법들을 좀 더 명료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22년까지 시행한 제 7기 지역보건의료계획의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서 2023년부터 시행될 8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안내를 발표하면서 노인 돌봄·방문건강 관리서비스·치매돌봄 서비스 개선·강화, 공립요양시설 확충·개선 등 장기요양서비스 내실화 등 초고령사회 준비3)를 명시하였습니다. 관련한 키워드로 AIP가 점점 더 자주 등장할 수 있는 만큼, 노인에게 보건사업을 수행할 때 독거 여부 등 AIP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요인들을 가능한 미리 조사하고, 신체 및 인지기능, 삶의 질 등을 측정하는 문항을 포함하고, 지역의 사회복지 서비스와 연계한 사례를 발굴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여건상 시설 입소를 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미 거리의 건물마다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요양시설이지요. 시설 입소는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라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자들도 지적해 왔습니다. Gaugler 등은 시설 입소의 관련요인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에서 시설 입소를 늦추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러한 결과가 일어나야만 한다면 그 이후 환자와 그 가족들의 여러 결과물(outcome)들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4)에 대하여 임상 현장에서의 연구가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르면, 시설 입소는 단순히 어떤 종착점이 아니고, 입소 시기, 시설의 종류와 특성, 입소 당시 환자의 상황(factor)이 입소 이후의 결과(outcome)에 영향을 주게 되는 새로운 출발점이므로, 그와 관련된 어떤 것들을 우리가 조정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화라는 주제는 항상 지금 현재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 같습니다. 일방적인 하락이나 정해진 쇠퇴로만 이해되는 한, 단지 소모되는 무언가를 붙잡고, 결코 이길 수 없는 어떤 것을 따라잡으려 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죠. 노화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여건 속에서도 독립이라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삶 전체를 써서 이해하는 과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각주

1) https://www.cdc.gov/healthyplaces/terminology.htm

2) [모두의 보건사업] 노인 대상 한의약 보건사업의 어제와 오늘.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54648

3) 보건복지부. 제  8기 지역보건의료계획 수립 안내.
https://www.mohw.go.kr/react/gm/sgm0704vw.jsp?PAR_MENU_ID=13&MENU_ID=13040801&page=1&CONT_SEQ=357644&PAR_CONT_SEQ=355850

4)  Gaugler JE, Duval S, Anderson KA, Kane RL. Predicting nursing home admission in the U.S: a meta-analysis. BMC Geriatr. 2007 Jun 19;7:13. doi: 10.1186/1471-2318-7-13. PMID: 17578574; PMCID: PMC191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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