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53> - 『壁墻神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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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53> - 『壁墻神方』②   
  • 승인 2023.04.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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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古人說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예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벽장신방』이란 이 책에는 장부보사겸운기용약법, 延壽賦, 十二經引藥 등과 같은 오운육기 용약법 이후로도 장부표본허실용약식, 命門無標 등 수많은 의론이 수록되어 있다. 목차가 별도로 게시되어 있지 않기에 한눈에 살펴보기 어려워, 필자가 대략 본문에 의거하여 간략하게 초출해 보기로 한다.

 ◇ 『벽장신방』
 ◇ 『벽장신방』

  가장 주목할 것은 仙傳論인데, 외사육음과 내상칠정, 그리고 여기다 음식실절과 노역과도 등 갖가지 요인이 덧붙여져 각종 질환과 병증이 발생되는데, 이때 이들 병증질환 사이에 유사증상이 혼잡하게 되어 그 원인을 분간하기 어렵고 적절한 약방을 찾아 쓰기 난처하기에 병론을 펼쳐 잘 가려 응용케 하려함이라고 밝혔다.

  그 내용은 대략 병기 19조를 기본으로 각종 병인병기에 따른 천변만화하는 병증변화를 기술하고 이에 따른 치법을 강론한 것이다. 첫 대목은 “夫善行數變在風, 而風木虛邪, 留而不去, 其病及實人, ……”으로 시작하여 각종 中風 증상이 시작하게 되는 병인과 발병기전, 주요 증상, 그리고 이와 아울러 유사 증상과 이를 감별해 내기 위한 변증방법 등에 대하여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주요 대목으로 상한병증을 필두로 상한과 내상의 합병증, 상한육경 합병증에 대해 논하였고 이에 더해 서습상이나 습열상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질환증상, 조병증과 이에 병발하는 질환증상, 그리고 君相二火 병론 등 갖가지 병인병리와 치법방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다. 또 특별히 노인의 피부소양과 대변비결이 초래되는 원인과 치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어 한열총론, 내상론 등이 펼쳐져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병론치법을 기술할 때, 먼저 주안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한의학 분야에서『황제내경』이후로 오랜 기간에 걸쳐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서술방식 가운데 하나인지라 매우 익숙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황제내경』을 비롯한 의경류에서 채택한 문답식 서술에서는 황제, 기백과 같이 문답을 나누는 주체가 분명하게 설정되어 있다. 반면에 이 책에서는 다만 ‘問’자를 필두로 문장을 대두시켜 주제를 부각시키고 행을 바꿔 ‘曰’자를 시작으로 해답을 강구하여 답변을 전개하는 문답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답이 기재되어 있다. “묻기를 우리 동국에 어떤 사람이 어려서부터 음식으로 손상을 입은 지 오래 되어 점차 담증(痰患)을 이루더니 그로 인해 食瘧이 생겨 여러 달 동안 고통을 겪었다. 그러다 돌연 종창증으로 바뀌더니 갖가지 약을 써 봐도 전혀 반응이 없으니 이 증상이 다른 창증과 달라서인가.”

  또 “가로대 그 사람이 앓고 있는 증상을 볼 것 같으면 본디 비위에 음식으로부터 손상을 입어 혈을 통섭치 못해 滋生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眞元이 모자라게 되어 담화가 쉽게 생기고 점차 학질이 발생하게 된다. 그 사이에 성질이 조급하고 어지러운 경우가 있고 혹은 음식을 먹은 뒤에 화를 내고 분노를 일으켜 肝火가 비기를 침범하여 소화가 되지 않은 것이다. …….”라고 답하였다.

  그 뒤를 이어 痢疾總論이 실려 있다. 주요 쟁점인즉, 이질이 흔히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환절기에 발생하는데, 古人들이 모두 한 여름철 暑火가 相火司令하는 시기에 혹심한 열독으로 쌓여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요즘 사람들이 오직 이 설만을 존중해 하나같이 이질은 暑熱에서 온 것이라 하는데, 이 말은 이치에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반론을 펼친다. 곧 사람이 장이 허한하여 초래된 경우가 있으니 한랭한 약으로만 다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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