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오사카에서의 유혈사태는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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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오사카에서의 유혈사태는 불필요하다
  • 승인 2023.04.21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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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존 윅 4

‘존 윅 4’의 상영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오자마자 영화관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반응이 극단적이었다. “진짜 재미있다”와 “진짜 재미없다”가 동시에 나온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서로의 반응을 듣고 놀라며 의아해했는데, 둘 다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었다.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출연: 키아누 리브스, 견자단, 빌 스카스가드 등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견자단, 빌 스카스가드 등

이 시리즈의 장점은 도무지 죽지 않는 존 윅의 몸과 방탄 수트를 제외하면 현대 액션 영화의 정점에 서 있는 화려하고 현실감이 넘치는 총기액션이다. 지난 3편이 못마땅했던 이유는 서구사회가 바라보는 전형적인 일본의 이미지를 섞는 과정에서 닌자의 무술이 비현실적이고, 총기사용이 줄었기 때문이었는데, 이번 편은 반반이었다. ‘오사카 컨티넨탈 호텔’을 보여주며 왜색을 지우지는 않았지만 사무라이의 검술은 현실적이었다.

한국인이 지닌 왜색에 대한 거부감은 논리적인 이유가 되지 못하더라도, 오리엔탈리즘 비판은 지울 수 없었다. 일본 무술이 아니라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한 감독은 총기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활과 표창이라는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무기를 들고 나왔고, 우슈의 달인인 견자단은 이 영화에서 주먹을 휘두르기보다는 칼질을 하기에 바빴다. 액션의 질은 좋았지만 아시아의 이미지를 오묘하게 섞은 셈이다.

이 시퀀스가 정말로 필요했을까? ‘오사카 컨티넨탈 호텔’의 액션시퀀스가 재미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극중 대사처럼 “오사카에서의 유혈사태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단순히 오리엔탈리즘 때문이 아니라 쓸데없는 사족이기 때문이다.

존 윅은 시리즈가 진행되고 세계관이 확장되는 수순을 밟으며 대사가 너무 많아졌고, “대사 한 마디 할 시간에 사람을 한 명 더 죽이는” 영화는 곧 대사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죽이는 작품이 되었다. 액션을 포기할 수 없으니 자연히 러닝타임도 길어지고 관객의 피로가 쌓인다. 그 결과, 액션은 너무 재미있지만, 재미있는 액션을 보기 위해 참아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적인 서사를 보면 오사카 씬은 더더욱 쓸데없는 사족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최고회의에 쫓기게 된 존 윅이 추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빌런 그라몽 후작과 대결에 나선다는 게 이번 편의 주요 내용인데, 여기에서 지난날 존윅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활과 검을 들고 반발하다가 개죽음을 당하는 일본인이 나올 이유가 없다. 다음편을 위한 약간의 밑밥을 까는 의의는 있겠지만,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인 시퀀스를 굳이 관객의 피로를 쌓으면서까지 넣을 필요가 없었다. 그보다는 그라몽 후작의 편에 있는 케인과 존 윅의 액션씬을 더 넣는 편이 인상적일 터였다. 여기서 케인과 존 윅의 액션씬은 멀찍이 서서 한 방씩 쏘는 결투가 아니라 우슈와 총을 활용한 혈투를 의미한다.

또한 이 시리즈의 인기 요소는 존 윅을 건드리는 자가 나타나면 그 자의 집단을 통으로 없애버리는 무대포정신이다. 누가 오든, 몇 명이 오든, 전부 죽여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번 편에서 존 윅은 최고회의를 부셔버리겠다는 생각 대신, 최고회의의 규율에 따라 자유를 얻겠다며 생각을 전환한다.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죽인다는 존 윅 시리즈의 초심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5편이 나온다면 팬들은 여전히 영화관을 찾을 확률이 높다. 여전히 존 윅은 현대 액션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구도로 촬영해 게임을 연상시켰던 파리에서의 씬은 앞서 말한 모든 단점을 눈감아주기 충분했다. 존 윅의 후속편에서는 부디 최대한 말은 줄이고, 가능한 많이 죽여주길 기대해본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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