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언더독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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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언더독의 반란
  • 승인 2023.05.0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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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원

배효원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리바운드
감독: 장항준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감독: 장항준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꾸준히 인기 있는 야구를 제외하면,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농구였다. 당시 연세대, 고려대를 주축으로 잘 생기고 실력도 좋은 대학 농구 스타들이 주목받으며 열성 소녀 팬을 몰고 다녔다. 그러다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온 국민의 관심이 축구로 쏠리게 되었고, 세계에서 활약하는 배구 선수, 골프 선수 등이 등장하면서 농구에 관한 관심은 점차 사라져갔다. 그런데 올 상반기,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하면서 중년들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1월에 개봉한 영화는 3개월이 지난 현시점에도 상영 중으로 가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슬램덩크’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장항준 감독’이다.

장항준 감독은 방송국 FD로 일을 시작해, 영화 각본으로 조금씩 인정받다가 ‘라이터를 켜라’로 감독 데뷔를 하며 이름을 알렸으나 그를 가장 크게 세상에 알린 사람은 부인 ‘김은희 작가’다. 부인의 유명세에 주눅이 들기보다 이를 당당히 인정하며 각종 예능까지 섭렵한 장항준 감독이 최근 유독 여러 예능에 얼굴이 보인다고 했더니 새로운 영화 ‘리바운드’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리바운드’는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된 시나리오로 수리남, 공작을 집필한 권성휘 작가가 참여하고 김은희 작가가 각색했다. 집에 놓인 시나리오를 보고 김은희 작가가 먼저 각색을 제안한 것부터, 5년 전 제작 결정된 영화의 개봉 시기가 마침 슬램덩크 개봉 직후인 점까지 장항준 감독의 천운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한때 잘 나가던 부산 중앙고의 농구부는 선수 영입도 어려워지고 실력도 최약체가 되며 해체 위기에 놓인다. 그래도 농구부의 명맥은 이어가고 싶은 교사들의 바람에 의해 공익근무요원으로 배치된 강양현에게 코치직을 맡기게 되고, 의외의 강단으로 농구부를 갱생시키려는 강 코치에 의해 농구부의 재정비가 시작된다. 과거 촉망받던 농구 선수였던 강 코치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선수들에게 투영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다가 제자의 배신, 감정조절의 실패로 한 번의 고비를 맞게 되고,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으로 농구부를 재건해 나간다. 이후 2012년 대한 농구 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대회에 단 6명의 선수로 출전해 교체선수 한 명을 두고 경기를 이끌어간 강 코치와 선수들은 기적처럼 준우승까지 거머쥐며 스포츠 정신을 넘어 인생을 마주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마지막에 영화의 모델이 된 코치와 선수들의 실제 모습이 등장하는데 배역들과 외모, 외형이 정말 닮아서 놀랐다. 알고 보니 이는 의도된 것으로 장항준 감독이 캐스팅 당시 가장 중시했던 부분이라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이미 흥미로운 내용이기에 영화화가 결정되는 만큼 잘 될 가능성이 좀 더 높은 편이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리바운드는 꽤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농구부의 에이스인 천기범 역을 맡은 이신영 배우의 경우 농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연습을 통해 실제 농구 에이스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하니 배우들의 노력도 엄청났던 것 같다. 영화의 곳곳에 안재홍의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섞여 있어 조금 가벼워질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감동적이면서도 장항준 감독의 유쾌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 리바운드는 장항준 감독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듯하다.

 

배효원 / 제주경희미르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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