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57> - 『(監牧官)經驗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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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57> - 『(監牧官)經驗方』① 
  • 승인 2023.05.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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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외과창양 치료와 監牧官의 역할
 ◇ 『(감목관)경험방』
 ◇ 『(감목관)경험방』

  『동의보감』이 간행되자 민간에 의약지식이 대량 보급되면서 조선 후기 수없이 많은 경험방들이 산생되었다. 주제나 질병별로 때에 따라서는 작성자의 이름이나 아호를 곁들인 특정한 서명이 붙은 것도 있지만, 대다수는 오랜 기간 축적한 임상지식을 그저 ‘경험방’이란 통칭으로 기술해 놓았기에 서로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참에 소개할 자료 역시 독자서명을 갖추지 못한 채, 단지 ‘經驗方’이란 성격만을 지니고 있다. 표지에는 ‘의학입문’, ‘본초’, ‘의림’, ‘제중’ 등 참고서명이 여럿 나타나지만 어느 것 하나 이 필사 고본의 고유성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부득이 작명 아닌 부가서명을 덧붙여 다른 경험방과 구분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표지 안쪽 이면에 작성자의 활동지역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문구가 보인다. ‘慶尙道晉州監牧官 … 운운’한 구절인데, 이것만으로 작성자의 인적사항을 추적하긴 어렵다하겠지만 경상도 진주목의 감목관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조선시대 감목관은 지방관청에서 마필의 사육과 목장일을 보살피던 종6품의 외관직이었다. 관아에 소속된 우마를 사양하고 역부를 관리하는 책임자이므로 전임관을 배치하기도 하였지만 목장 근처의 驛丞이나 염장관 가운데 선발하여 겸임하기도 했다 한다.

  경상도에는 진주, 울산, 동래 3곳에 감목관을 두었는데, 조선 후기에는 대개 소재 지역의 수령에게 겸직시키는 것이 통례였다. 또 고종 때에는 중인과 庶族으로 수령에 천거되려면 먼저 감목관을 거쳐야 했기에 주로 무과 출신자나 중인층에서 임용되었다고 전한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정황으로 보면 감목관에 임명된 무관이나 의역 중인층에서 의약에 밝은 자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 대상자료의 특징을 반영한 명칭으로 ‘감목관’이란 관직명을 수식어로 덧붙여, ‘감목관경험방’이라는 임시 서명을 부여해 여타 다른 부류의 경험방과 구분해서 기술해 보고자 한다.

  서발 없이 곧바로 본문이 시작하며, 첫 대목은 ‘甲乙經及針經皇甫謐作, 王顯醫方三十五卷’이라고 적은 문구가 보인다. 앞뒤 문맥이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앞쪽에 인용서목이나 서문이 있었을 법한데 어떤 사정으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여겨진다.

  미처 제대로 책치레를 갖추지 못한 것을 보아 오랜 기간 表裝 없이 실용적으로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초사본 가운데 상당수가 이렇게 표지를 덧대어 장책하지 않은 채, 稿本을 묶은 상태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표지를 덧씌우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목차가 별도로 구비되지 않았고 특별히 차서나 장절 구분도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았기에 대략적으로 수록 내용만을 소개할 수밖에 없겠다. 주로 외과창양 질환에 대한 단방요법이나 간이방이  태반을 차지한다. 거기다 부인의 조경과 난산, 소아과 질환과 구급방, 이질, 학질, 해수, 담천 등 상습질환의 치료법을 수록했다.

  권 후반엔 잡방과 각종 제조법도 채록하였고 역시 옹저, 창양의 침구요법, 금기와 조리법 등이 기재되어 있는데, 대개 『동의보감』에서 발췌, 선록한 것들이다. 諸瘡에서는 대풍창, 백라창, 천포창, 아장선, 나력, 疳瘻, 癩頭瘡, 陰蝕瘡, 膁瘡, 腎臟風瘡, 浸淫瘡 같이 난치성 피부창양 질환의 각종 치료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치료법으로는 첩부약을 비롯해, 훈비방, 吹藥方, 洗藥方, 糝貼藥, 洗傅方, 훈세방, 백화사주법, 살충방 등 외치요법이 두루 폭 넓게 쓰이고 있어 이 책의 주안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 후기 지방관아에서 목장을 관리하던 監牧官의 직능과 관련성이 깊은 지역의학사 자료라 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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