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만과 고혈압 그리고 태음인-네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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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만과 고혈압 그리고 태음인-네 번째 이야기-
  • 승인 2023.05.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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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55)
이준우​​​​​​​탑마을경희한의원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吸聚之氣 과다와 비만 고혈압

비만이 되면 체중 증가에 의해 대사율이 증가하게 되고 그에 비례해서 혈류량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필자의 방식대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의학이야기 20편에서 “간이 많은 양의 혈액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은 간이 낮은 압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 낮은 압력은 정맥이 가지고 있는 팽창성에 기인한다”라고 하였다. 대사율이 증가하고 혈류량이 증가하려면 저장해야 하는 혈액 역시 늘어날 것이면 이는 간의 낮은 압력으로 인한 팽창성에 기인한다. 즉 간의 흡취지기가 태과하게 되면 그에 따라 비만이 발생하고, 비만으로 인해 혈류량이 증가하면 간의 팽창성 역시 증가하게 된다.

○ 흡취지기 태과 → 비만 → 혈류량 증가 → 혈액 저장량 증가 → 간의 팽창성 증가

간은 궐음풍목에 해당하는 장기이며 궐음풍목은 낮은 압력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비만 초기에 혈류량이 증가할 때는 궐음풍목의 기운이 태과한 상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낮은 압력’이 과다해진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비만 초기에 혈류량이 증가할 때는 말초저항이 감소하게 된다. 왜냐하면 혈압이 일정할 때 혈류량과 말초저항은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비만 고혈압의 말초저항 증가

시간이 지나면서 말초저항이 증가하는 것은 negative feedback의 기전으로 분비되는 렙틴에 의해서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서 된다고 하였다. 이 상황을 풍선을 이용해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풍선은 잘 늘어나기 때문에 공기를 불면 점점 늘어나지만, 나중에는 풍선의 표면이 팽팽해진다. 즉 인체가 비만이 되면서 조금씩 늘어나면 표면에는 오히려 긴장감이 증가하게 된다.

말초저항이 커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열발산이 억제가 된다. 이렇게 비만이 되면서 열발산이 억제가 되는 상황은 ‘吸聚’에 비해서 ‘呼散’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비만이 되면서 고혈압이 되는 상태는 흡취지기가 태과하게 되고 호산지기가 부족하게 된다는 표현하고 상당히 유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은 간이라는 장부와 관련이 있다. 간은 궐음풍목에 해당하는 장기이며 낮은 압력을 가지고 있다. 비만으로 인해서 처음에는 혈류량이 증가하고 말초저항은 감소하게 된다. 혈류량이 증가하게 되면 저장하는 혈액량 역시 증가하게 되면서 간의 팽창성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혈류량은 정상으로 돌아오고 말초저항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흡취지기가 태과하고 호산지기가 부족하다는 표현과 상당히 유사하다.

살이 찌고 비만이 되는 상황은 어떤 체질에게도 일어날 수 있겠지만, 肝大肺小한 태음인에게는 흡취지기를 억제하고 부족한 호산지기를 도와주는 방법으로 이 상황을 개선하는 방법을 제안하였으며 태음인의 처방들 역시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체질의학과 기존 한의학 그리고 고혈압

체질의학은 기존 한의학과 전혀 다른 독특한 모습도 있지만, 기존 한의학의 부족한 부분을 상당히 보완 발전시킨 부분도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체질의학이 기존 한의학을 보완 발전시켰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표증치료약을 내과질환 치료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소양인의 亡陰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장 잘 소개되고 있는 것 같다. 망음병 치료에 있어서는 과민성장증후군이라고 생각되는 만성 설사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있어 형방강독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는 비만과 비만으로 인해서 생기는 질환들을 한의학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기존 한의학에서는 비만을 肥濕하다는 표현과 함께 濕痰으로 인해서 생긴 것으로 주로 설명해놨으며, 비만의 치료 역시 濕痰을 다스리는 燥濕化痰하는 약재들을 많이 처방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조습화담하는 온성약재들로는 비만과 비만과련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반면에 비만이 呼散之氣에 비해서 吸聚之氣가 太過하여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은 한층 진일보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 설명에는 동화작용이 활발해지면서 비만이 생긴다는 개념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상 현장을 보면, 사상체질 처방을 위주로 진료하지 않는 한의원에서조차도 비만이나 비만 관련 질환들을 치료할 때는 태음인 처방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표증치료약을 내과질환에 적극 활용한 부분은 후부하와 관련이 많으며, 흡취지기의 과다로 인해서 생기는 비만은 전부하 및 후속으로 나타나는 후부하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체질의학의 내용들은 고혈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체질 처방들이 바로 고혈압을 치료하는 처방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체질의학의 개념들과 체질의학의 처방들을 잘 활용하면 한의학적으로 고혈압 치료를 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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