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59> - 『前知妙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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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59> - 『前知妙訣』
  • 승인 2023.05.27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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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불안한 미래, 卒病에 응답하다

  급변하는 세상풍파 속에서 장차 닥쳐올 미래에 대해서 확신을 갖기는 쉽지 않다. 미래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 또한 어쩌면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기대심리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살펴볼 자료는 과거 조선 사람들이 닥쳐올 액운을 피하고 앞날을 미루어 알아보기 위한 술수적 방편을 적은 것이다.

 ◇ 『전지묘결』
 ◇ 『전지묘결』

  서발 없이 시작한 본문의 첫머리에는 四象所屬 표해가 제시되어 있다. 용어는 같지만 주역의 사상이나 동무가 창안한 사상인의 분류법과는 전혀 동떨어진 분류체계이다. 여기서 사상으로 지칭하는 것은 人元, 貴神, 月將, 地分으로 술수 가운데 六壬법에서 이른바 四課라고 부르는 것이다. 명리에서 사주팔자를 가리는 것처럼 미래 예측과 인생사를 풀이하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입부 사상소속표를 살펴보면, 人元행에는 客, 天, 君, 祖, 外가 배속해 있고 貴神에는 主, 宰相, 臣, 父, 官祿이 들어있으며, 月將에는 己身, 妻, 財, 親戚, 內, 그리고 地分에는 田宅, 子孫, 奴婢, 鞍馬, 六畜 등 속성이 차례대로 배정되어 있다. 방식상으로는 한의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오행속성표와 흡사하다.

  아쉽게도 필자는 술수나 명리를 제대로 배운 바가 없어, 이 책에서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술수풀이를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이 책 안에 적힌 이른바 인생 四苦, 곧 生老病死에 관한 세부항목들을 통해 당대인들이 가장 크게 받아들였던 고통의 요인과 불안의 대상들이 무엇이었는지를 가볍게 살펴보는 선에서 미흡하나마 소개에 가름하고자 할 뿐이다.

  책의 앞쪽 부분은 消息妙論, 陰陽次第五用, 入式歌解, 神樞經 등 각종 산출요령과 풀이방식의 예시로 가득하다. 구체적인 주제별 풀이에서는 1년간의 신수길흉을 점쳐보는 占年中吉凶을 필두로 占月下吉凶(占一月休咎), 占日時下吉凶(今日吉凶)이 선보인다.

  이어 본격적으로 질병을 예측하는 조문이 시작된다. 그 첫머리는 占病疾이란 항목인데, 7언 대귀로 되어 있는 점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인다. “克金肺病大腸害, 喘逆咳唾鼻痛臨, 木主肝膽眼昏視, 耳聾雍腫不虛言, 克火小腸口乾渴, 咽喉生瘡及心疼, 克水腎家膀胱病, 腰痛小便産事難, 克土脾胃不知味, 腹脹沈重肺虛迍…….”

  이로보아 오행 속성에 따른 오장육부의 배속에 의거해 질병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풀이가 진행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주인공인 자신을 나타내는 月將에 부가되는 時位의 刑克에 따라 患病의 양상이 달라지게 된다는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항목에는 병든 장부를 판단하는 占五臟受病, 환병의 증상과 양태, 통처를 알아보기 위한 占病證候, 또 발병원인을 추적하기 위한 占得病因由 항목이 들어 있다. 다만 병인으로는 음식과 원한, 驚怪 등 몇 가지 이외에는 의학적인 원인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이 旺相休囚의 변동에 따른 어쩔 도리 없는 이유로 귀착될 뿐이다. 아마도 이 점이 의학과 술수의 구분점이 될 듯하다.

  또 4조에 달하는 占病歌가 이어지고 병의 예후와 治不治 여부를 가늠하는 占病愈不愈, 占病差除 등의 항목이 등장한다. 한편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조항으로 占病有祟無가 있다. 이는 곧, 귀신이 빌미가 되어 발병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인데, 공동체 안에서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없는 의문점을 推命이란 명목으로 개인차원에서 이해 납득시켜 묵인하도록 유도해 적용한다.

  기타 신병이 완해되는 시점을 예측해 보는 占病都解歌, 게다가 좋은 의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를 점쳐보는 占求醫 같은 항목 이 펼쳐져 있다. 이제는 초음파나 영상진단으로 대체된 영역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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