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희 한의원에 오는 소아 화상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밥솥, 가열식 가습기 증기에 의한 화상에 대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걸음마를 막 시작하고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집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만지는 생후 12개월 전후의 아이들에게는 집안의 평범한 물건들도 위험한 물체가 되곤 합니다. 집집마다 하나쯤 있는 전기밥솥이 가장 대표적인 위험물체인데, 밥이 조리되면서 알림음과 함께 배출되는 하얀 증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내원한 증기 화상 환자들의 사고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3-4초만 잡고 있었는데도 심한 화상을 입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손가락이나 손바닥의 화상은 관절이 많은 부위라 큰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밥솥이나 가열식 가습기는 꼭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증기화상을 입고 내원한 환자의 환부 사진들을 보면서 얼마나 깊은 화상이 발생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증기화상 초기 환부 사진
위에서 보이는 6명의 환자 모두 생후 12개월 전후의 아이들입니다. 노란 가피가 보이는 심재성2도 화상입니다. 다른 부위에 생긴 심재성2도 화상도 탈색, 비후성 반흔 등의 흉터가 남기도 하지만 관절 부위가 아닌 경우에는 큰 후유증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손바닥이나 손가락 관절부위의 경우 소위 ‘떡살’이라고 하는 단단하고 볼록한 형태의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아서 세심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 흉터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이런 손의 심재성 2도 화상의 경우는 양방병원에서는 피부이식 수술을 하지 않으면 낫지 않거나, 낫더라도 구축 등의 후유증이 더 많이 남는다고 얘기를 하는것 같습니다. 저희 한의원은 침과 한약 연고로 치료하는데, 환부 유합까지 약 30-40일 가량의 기간이 걸립니다. 치료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이식한 피부보다 더 자연스럽게 낫고, 그 덕분에 후유증도 덜 남습니다.
증기화상 환부 치료 후 사진
환부가 모두 유합된 후의 상태입니다. 모두 깨끗하게 잘 나았습니다. 하지만 비후성 반흔은 이렇게 상처가 모두 나은 후에 생깁니다. 상처가 나은 이후에 상처 회복의 성숙기(remodeling phase)를 거치면서 콜라센 세포가 분해와 합성을 반복하면서 환부가 안정되는데, 이때 새로 생긴 육아조직과 원래 조직과의 밀도차, 상처의 수축 등으로 인해 회복된 부위가 딱딱해지는 것을 비후성반흔(hyperthropic scar)이라고 합니다. 대체로환부 유합후에 3-6개월까지 진행될 수 있고, 이 시기에 비후성 반흔이 생기지 않으면 이후에는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 생기기 시작하면 점점 더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관절 부위, 특히 신전보다 굴곡이 되는 관절 부위에 발생한 비후성 반흔은 관절이 구부러져서 신전에 제한이 생기는 ‘관절 구축’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후성반흔과 관절 구축이 생긴 상처들
위의 경우 모두 다른곳에서 치료를 받고 환부 유합후에 비후성반흔과 그로 인한 관절 구축이 발생해서 내원한 경우 입니다. 진료 경험상 깊은 상처가 여러 관절에 걸쳐 있는 경우(손바닥부터 손가락까지 길게)에 더 쉽게 발생하고, 제1,2수지보다 제4,5수지가 더 쉽게 발생합니다.
환부가 완전 유합되기 전부터 치료하면 비후성 반흔이 생기는 정도를 줄일 수 있고, 비후성 반흔이 생기더라도 관절의 구축까지 진행되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비후성반흔과 관절구축의 한의원 치료
저희 한의원에서는 비후성반흔과 관절구축을 도침과 한약 연고, 스프린트로 치료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환부가 완전 유합되기 전부터 상처의 수축이 진행되면서 관절이 당기는 증상이 생기는데, 이때부터 스프린트로 관전을 최대한 신전시킨 상태로 상처가 유합되게 합니다. 환부가 유합된 후에 비후성 반흔이 생기기 시작하면 호침이나 도침으로 딱딱해진 섬유조직을 끊어주면서 다시 상처를 만들고 연고로 회복시키면서 스프린트를 고정합니다.
심한 비후성반흔은 깨끗하게 없애기는 어렵고, 비후성반흔으로 생긴 관절의 기능장애(구축)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합니다. 이 기간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2년 이상 걸리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치료를 하면 점점 더 호전됩니다.
증기화상 후유증 관리 후 사진
처음 보여드린 6명의 환아의 환부 유합후 수 개월이 지난 상태의 사진입니다. 위의 사례들의 경우 화상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가서 큰 후유증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화상치료, 특히 소아의 경우는 상처의 유합뿐만 아니라 이후의 경과도 예상하고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해서 난이도가 높습니다.
같은 깊이의 화상이더라도 부위에 따라 예후가 어떻게 다른지, 어떤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지, 저희 한의원에서는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지 설명해드렸습니다. 이번 칼럼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상호 / 자연재생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