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미생물과의 맹렬한 생존 전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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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미생물과의 맹렬한 생존 전쟁의 역사
  • 승인 2023.06.0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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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임상에서 우리는 아주 다양한 질병의 상황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판단 속에 환자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를 가져올 때 치료과정을 되살펴 볼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우리는 보이는 문제는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문제는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물론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문제는 보이는 문제보다 더욱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이럴 때 조상의 경험들은 우리에게 크게 도움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의사학이라는 학문을 소중하게 다루고, 역사 속에 우리 조상들은 어떠한 처치를 하였는가를 되짚어 보게 된다. 이것이 조상의 지혜에 접근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로시 크로퍼드 지음, 강병철 옮김, 김영사 펴냄
도로시 크로퍼드 지음, 강병철 옮김, 김영사 펴냄

같은 의미에서 서양의 의학에서도 의사학은 꾸준한 발전을 해오고 있었다. 의학은 경험과학으로서의 진전이기 때문이다. 경험의 축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병에 대한 대처를 해왔던 서양의학의 특이점은 현미경의 발달로부터 보이는 세계를 꾸준히 추구해왔다는 점이다. 다른 자연과학이 그렇듯이 도구의 발달은 문명발전의 커다란 틀이 되고, 오늘날의 현대의학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규명을 위해 한의학이 기(氣)의 세계를 열었듯이, 서양의학은 미생물의 세계를 오늘날 크게 발전시키고 있다. 자연과 인체에서 일어나는 사기(邪氣)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발전해온 한의학과 달리, 최근의 생물학에서 시작한 미생물에 대한 이해는 많은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에 보다 명확한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비단 미생물로서의 세균과 박테리아에 국한하지 않고, 고고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지구의 탄생으로부터 미생물에 의한 생명의 탄생에서 식물과 동물에 이르는 방대한 진화의 영역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인류의 출현과 더불어 어떻게 자연계의 변화를 겪으면서 미생물과 인간이 공존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만큼 인류의 진화와 더불어 미생물도 함께 진화하는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커졌음을 알게 한다. 지구 생태계의 변화는 인류가 지구에 생존하는 동안 급격하게 일어나게 되었으며, 자연 생태계의 변화는 미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인류의 진화와 발달은 미생물의 발달에 걸맞는 숙주로서 좋은 생존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라는 상식적이면서도 합리적이고 획기적인 사고를 갖게 한다.

미생물의 연구는 생물학에서도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더구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보이는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도구의 발달로부터, 동아시아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사기가 인간에게 작용하는 본질을 깨우치게 하는 측면에서 우리는 미생물과 도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러한 도구가 없이도 수천 년의 경험과학으로부터 기(氣)에 대한 이해를 가졌고, 그 기에 대한 이해로부터 정기(正氣)와 사기(邪氣)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없이도 여태까지 사기에 대한 처치를 잘 해왔기 때문에, 보다 적확하고도 정확한 사기의 처치를 위해 미생물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질병 처치에 앞장섬으로써 한의학의 위상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홍균 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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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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