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의학과 인체에 관한 소고-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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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학과 인체에 관한 소고-두 번째 이야기-
  • 승인 2023.06.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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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57)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온수보일러의 구조

인체라는 물탱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五臟으로 이루어진 온수보일러의 구조 즉 혈액순환계라고 할 수 있다. 온수보일러의 구조를 보면 횡격막 위에는 심장(+심포)과 폐가 위치해 있으며 횡격막 아래에는 콩팥과 간 그리고 췌장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이들 장부가 가지는 기운은 횡격막 위에는 熱의 기운을 가진 심장, 火의 기운을 가진 심포, 燥의 기운을 가진 폐가 위치해 있어 ‘熱+火+燥’가 되며, 횡격막 아래에는 寒의 기운을 가진 콩팥, 風의 기운을 가진 간, 濕의 기운을 가진 췌장이 위치해 있어 ‘寒+風+濕’이 된다.

온수보일러의 윗부분은 높은 온도, 높은 압력과 건조한 환경이 조성되며, 아랫부분은 낮은 온도, 낮은 압력과 습한 환경이 조성된다(그림 1). 즉 온수보일러의 윗부분은 고온건조하고 고기압인 환경이 조성되는데 여름 낮의 사막기후를 떠올려 보면 될 것 같다. 온수보일러의 아랫부분은 한랭다습하고 저기압인 환경이 조성되는데 겨우내 비가 내리는 캐나다 밴쿠버 같은 기후를 가진다. 이를 냉대습윤기후라고 부른다.

그림1. 온수보일러의 위아래 기후

 

심장, 온수보일러의 모터

온수보일러의 윗부분에는 보일러의 모터에 해당하는 심장이 위치해 있다. 이 모터가 쉴 새 없이 돌아가야 온수보일러의 온도가 유지된다. 그리고 이 모터는 심포라고 하는 막에 싸여 있는

데 따뜻한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높은 압력을 제공한다.

혈액을 움직이는 힘은 높은 압력차에 의해서 가능하다. 횡격막 위에서 높은 압력이 만들어진다면 횡격막 아래에서는 낮은 압력이 만들어져야 압력차가 생기면서 혈액이 힘차게 흐를 수 있게 된다. 이 낮은 압력을 만들어내는 장기가 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온수보일러의 아랫부분에는 윗부분에서 전달된 혈액을 공급받고 다시 위로 돌려보내줘야 한다. 횡격막 아래에서 횡격막 위로 피가 다시 돌아가는 힘은 평균체순환충만압(mean systemic filling pressure)이라는 힘에 의해서 되돌아가게 되는데, 정맥에 피가 가득 차면 밀려서 올라가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온수보일러의 조절 기전

이제부터는 온수보일러의 조절 기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온수보일러의 조절 기전이란 온수를 얼마만큼 내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인체에서는 심장 펌프 기능의 조절을 의미한다. 심장 펌프 기능의 조절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면 ‘안정 상태에서 심장은 1분당 4~6L의 혈액을 배출해낸다. 그러나 심한 운동을 하면 심장은 4~7배의 혈액을 배출해야 한다. 이러한 극심한 심박출량의 증가에 심장이 적응할 수 있는 기전은 (1)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량의 변화에 반응해 심장 자체가 수축력과 심박출량을 조절하는 내인성 조절기전(intrinsic regulation)과 (2) 자율신경계에 의한 심박동수와 수축력의 조절 기전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번에는 내인성 조절기전에 대해서 살펴보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1분당 심장이 배출해내는 혈액의 양은 1분 동안 정맥으로부터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의 양인 정맥 환류량(venous return)과 거의 같다. 즉 말초조직은 자체의 국소 혈류를 조절하고 있으며, 모든 말초조직의 혈류 전체는 정맥을 통해 우심방으로 들어온다. 심장에 혈액이 들어차는 동안, 심장근이 늘어날수록 심근의 수축력과 대동맥으로 배출해내는 혈액량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Frank-Starling 기전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얼핏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심장으로 들어온 혈액에 비례해서 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낸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자율신경에 의한 조절기전을 살펴보면 ‘교감신경이 강하게 자극되면 젊은 성인의 심박동수는 정상인 분당 70회에서 180~200회, 때로는 250회까지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교감신경 훙분은 수축력을 증가시켜 배출되는 혈액량과 박출압(ejection fraction pressure)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교감신경 흥분은 Frank-Starling 기전과 함께 심박출량을 2~3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라고 하고 있으며, ‘우심방압이 일정할 경우, 심박출량은 교감신경 흥분이 증가하면 증가하게 되고, 부교감신경 흥분이 증가하면 감소하게 된다. 신경 흥분에 의한 심박출량의 변화는 심박동수의 변화와 심근수축력(contractility)의 변화에 의해 일어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더 많이 혈액을 내보내고 부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덜 내보내며, 이는 Frank-Starling 기전과는 다른 기전이라는 것이다.

○ 심박출량의 결정 = Frank-Starling 기전 + 자율신경계의 조절기전

 

Frank-Starling 기전

심박출량을 조절하는 내인성 조절기전, 즉 Frank-Starling 기전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심장으로 들어오는 정맥환류는 말초의 각 조직을 흐르는 혈류의 합이다. 따라서 심박출량의 조절은 모든 국소혈류 조절의 합과 같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혈류는 주로 조직의 대사량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예를 들면 조직의 산소 소모량이 증가하면 거의 항상 국소 혈류량도 증가하게 된다.....운동하는 동안 증가하는 산소 소모량과 심박출량이 나란히 증가하게 된다....모든 국소혈류는 정맥환류를 형성하고 심장은 자동적으로 이 혈액을 다시 전신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즉 Frank-Starling 기전이란 정맥환류량 만큼 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내는 것을 의미하고, 정맥환류량은 국소혈류 조절의 합과 같으며 조직에서 혈류는 조직의 대사량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 Frank Starling 기전 : 심박출량 ≒ 정맥환류량 ≒ 국소혈류 조절의 합 ≒ 조직의 대사량의 합

 

평상시와 위급시의 심박출량

이상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평소에는 활동한 만큼 심박출량이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근육 운동을 하면 근육으로 가는 국소혈류량이 증가할 것이고, 술을 마시면 간으로 가는 국소혈류량이 증가할 것이다. 공부를 하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할 것이고 식사를 하면 위장으로 가는 국소혈류량이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국소혈류량의 합이 정맥환류량이 되고 심박출량이 된다.

하지만 심한 운동을 하거나 위급 시에는 조금 다르다. 이때에는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더 많은 심박출량이 이루어진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평상시에도 교감신경이 어느 정도 흥분파를 내고 있다가 위급한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평소보다 더 흥분하게 되면서 심박출량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교감신경이 흥분할 때는 내장이나 피부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게 되고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이 늘어나게 된다.

엄마가 아들한테 용돈을 주는 방식을 통해서 비유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평소에는 아들이 어느 정도 용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들이 돈을 쓰면 엄마가 쓴 만큼 용돈을 채워준다. 그러다가 급한 일이 있거나 중요한 일이 생기면 미리 용돈을 많이 주어 위급한 상황을 대비하게끔 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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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의 내용을 검토해준 동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권찬영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이민지 대리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1) 의학계열 교수 32인 공역, Guyton and Hall 의학생리학 12판, 범문에듀케이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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