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인터뷰] 안영기 한의협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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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인터뷰] 안영기 한의협 명예회장
  • 승인 2005.01.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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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의식개혁 필요
“정계 진출하려면 역량, 근성 있어야”
40년 세월 정리한 자서전 준비 중
한의학의 메카되도록 심기일전 당부


안영기 한의협 명예회장
(안영한의원 회장, 전 국회의원)


장닭의 홰치는 소리와 함께 닭의 해 을유년이 밝았다. 지난해에는 한의계에서도 안타까운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새해를 맞아 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이자 유일한 한의사출신 국회의원이었던 蒼民 安榮基(69) 원장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의 한의원으로 찾아뵈었다. 4층 건물로 된 한의원(안영한의원)은 1, 2층이 진료실, 3층은 치과의사인 첫째며느리의 클리닉(박은주 치과), 4층은 그의 서재가 자리했고 건물뒤편에는 옛날 간판인 안영기한의원 간판이 그대로 붙어있었다.
서재에서 만나 한의계 원로가 느꼈던 여러 가지 감회와 한의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대담 = 신종오 본지 편집국장 □

4층 서재는 30여평 크기로 한쪽 벽면을 채운 서가가 아홉 개. 장서만도 1천권은 족히 되어 보인다. 눈에 띄는 20여개의 자개명패와 잡지대에 꽂힌 색바랜 의정활동잡지 몇 권이 그의 다양한 이력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지난해 4.15 총선에서 한의계 출마자들이 줄줄이 분패한 얘기부터 물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개표 초반 TV를 지켜보면서 ‘최소한 한사람은 꼭 되겠구나’하고 자신했는데 내 예측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후보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표차가 적었기에 아쉬움이 컸던 한 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선거를 통해 본인들이 좀 더 뛰고 한의계 차원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한의사의 국회 진출 가능성은 어느 때 보다도 높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출마할 당시와는 정치상황이 많이 다르고 지역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치활동을 하려면 무엇보다 본인의 역량에 지명도, 그리고 근성과 강한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며 자신의 마당발 경험담을 하나 들려주었다.

“60년도에 제천에서 한의원을 개원했지만 출마 결심 후 지명도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 사람만나는 일과 봉사활동에 전력을 투구했습니다. 가령 동네 파출소자문위원에서부터 법원의 가사조정위원, 경찰서 청소년선도위원, 갱생협회와 태권도협회, 국제라이온스클럽에 이르기까지 20여 단체의 長이나 자문위원 등을 맡았지요. 의료 자문이나 무료진료는 물론 주례도 많이 섰구요.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결국 어려운 공천경쟁에서 승리하고 국회의원 진출로 연결된 큰 이유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한의사들에게 한마디 훈수를 청했더니 안 회장은 “대부분이 당(黨)만 잘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상식적인 얘기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그 지역에서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하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정치라는 것이 입문하기만 하면 다 될 것 같지만 또 막상 그 세계로 들어가 보면 실제로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라며 이왕하려면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 일러 준다.

혹 결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국회의원으로서 한의사나 협회를 위해 하신 일이 어떤 게 있습니까?”하고 물어봤다.
국회의원이 되기 1년전 한의사협회장(86.4~88.3) 시절인 87년도에 한방의료보험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는데 전국의 한의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국회 진출 후 의료보험과 관련한 문제를 비롯해 한의사 의권과 관련된 입법, 공보의 문제나 군의관 TO 증원 등 정치권에서 한방에 불리한 부분들은 거의 다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 노인복지법과 환경법 등 법안 제·개정활동도 열심히 했지. 국회에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있고 없고는 일하는데 큰 차이가 난다. 뭐 대충 이런 대답이 돌아온 것 같다.

지난해에는 한의계가 전문의, 한약재, 동의미가 사건 등으로 시끄러웠고 연말에는 CT기기사용과 관련해 의미있는 판결도 나왔는데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다.
“전문의 문제의 경우 옥동자 탄생을 위한 진통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너무 조급한 것도 문제지만 너무 시간을 끄는 것도 건강한 아기의 출산에는 좋지 않는 법입니다. 키우기도 어렵지요.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고 당장의 이익보다는 한의학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보였으면 합니다. 이해타산에 몰입하다보면 큰 것을 잃게 되고 다른 데 써야 할 에너지만 축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정확하지 못한 보도나 편향된 보도에는 시의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는 논리무장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다음 질문으로 가려는데 안 원장은 “그런데 말이요, 작년엔 국가가 생각대로 운영되지 않아 솔직히 걱정스럽기도 했고 짜증도 많이 났다우.”

이어지는 대화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해보면-

■ 협회 통신망을 보면 한의협 현 집행부에 대한 비난의 소리도 많다. 협회가 제 갈 길을 못 가고 있다는 얘긴데 원로들이 너무 방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명예회장단 회의를 통해 자문역할을 수시로 하고 있다. 현 집행부도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가양동시대가 곧 열리는데 이를 계기로 한의계에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지 않은가?

= 의협이나 치의협, 약사회 등 인접 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좋은 건물을 갖고 있었는데 한의협도 이제야 제대로 된 내 집을 갖게 돼 감회가 새롭다. 이전을 계기로 한의협 집행부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부터 타성과 무사안일에서 일탈해 명실공히 한국한의학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조직원 스스로 변해야 한다. 내실있는 운영이 있어야 회원이 따를 것이며 회세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 한의계를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첫째는 미래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하고, 두 번째는 서로 양보하면서 모든 걸 대처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민족의학이면서 오히려 오랫동안 서양의학에 밀리고 있는 형편인데 이제는 학계도, 협회도 단결해서 대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다른 의학단체에 비해 좀 더 거시적이고, 넓은 생각을 가지고 단합하고, 의권신장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 수년 전부터 성적 좋은 학생들이 한의대로 몰림에 따라 수준 높은 젊은 한의사들이 대량 배출되고 있어 한의학의 미래가 밝지 않은가?

= 좋은 현상이다. 한의학도 연구, 개발해야 할 분야가 많은데 과제가 쌓여만 가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런 과제들을 해결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에 매우 든든하게 생각한다. 문제는 이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어야 하는데 정부가 매우 인색한 것 같다. 그리고 한의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함께 높아질 수 있도록 의식수준의 향상 등 한의사 스스로의 반성과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 둘째 아들(안현석·경희대 한의대 졸)이 업을 잇고 있는데 특별히 당부하는 것이 있는지?

= 첫째(안현태·경희대 공대 건축과 교수)는 놓쳤지만 둘째가 한의대로 진학해 다행이다 싶었다. 걔도 졸업 후 처음엔 대학에 남고 싶어했지만 고민하는 듯 하더니 결국 고맙게도 내 뜻을 따라주어 지금 한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 평소 아들에게는 의료업을 하는 이상 수도자적인 근성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편이다. 절대 돈을 생각하지 말고, 사람을 불신하게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하며, 약재 같은 것도 정직하게 쓰라고 당부하는데 대체로 잘 따라주고 있다.

■ 평소 하루 일과와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서 1시간 정도 실내에서 일종의 복강내장운동이라 할 수 있는 기체조를 하고 있다. 벌써 30년이나 됐다. 정치활동 하던 시절에 자동차 사고로 목에 디스크가 오고, 혈관이 터져 수술을 받으며 고생한 적이 있다. 그 뒤로는 건강관리에 꽤 신경을 쓰는 편이어서 특별히 불편한 데는 없다. 요즘엔 아내(65)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기흥부부회라는 골프모임에 꾸준히 나가고 있다. 핸디? 글쎄, 얼마 전 싱글도 했는데 13~14 정도로 적어 두지.
진료는 월요일과 수요일에만 한의원에 나와 예약환자들을 특진한다. 하루 10명 안팎의 환자를 만난다. 한의사가 본업이니 만치 맥잡을 힘이 있을 때 까지는 많이는 아니더라도 진료는 계속할 것이다.

■ 끝으로 올해의 소망이나 계획이 있다면?

=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과 그동안 내 자신이 자성해야 될 부분, 그리고 착오를 일으켰던 부분들을 모두 정리하는 일종의 자서전 형태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올해 안으로 탈고 될 것 같다. 또 임상노트를 정리해 후배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도 하나 쓰려고 한다.

정리 = 강은희 기자

- 약 력 -
△1936. 5. 5 충북 단양 출생 △국립 교통고, 경희대 한의대 졸업 △경희대 대학원(한의학 석·박사) △제천 서울한의원장(1960~84년), 서울 안영기한의원장(85~00년) △대구한의대 교수(88~88년, 94~97년) △제21대 대한한의사협회장(86~88년) △제13대 국회의원(민정당, 충북 제천-단양, 88~92년) △국회보건복지·환경·노동 상임위원 △유엔인구아동국제회의 국회대표단장 △현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 대한민국헌정회 이사, 안영한의원 회장 △대표저서 경혈학총서(성보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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