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30] 補注銅人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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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30] 補注銅人經
  • 승인 2005.0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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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를 녹이고 石碑에 새긴 小宇宙

일반적으로 ‘銅人經’ 혹은 ‘銅人’이라 줄여 부르는 책으로 宋의 翰林醫官 尙藥奉御인 王惟一(약 987~1067)이 펴낸 『銅人수穴鍼灸圖經』을 일컫는다. 1027년 이 책을 처음 간행하면서 銅人을 주조하여 經穴을 새겨 넣었으며, 몇 년 후 다시 經文을 石碑에 새겨 세웠다. 세 가지 모두 원본은 망실되었지만, 책은 오늘 소개할 금대의 판본으로 살아났고 동인은 근래 러시아의 보물창고에서 발견되었다. 石經은 송대의 殘片이 北京城 성벽 근처에서 출토되었는데, 1443년 훼손된 비석을 다시 새겨 세우고 원본을 땅에 묻은 것이 발견된 것이다.

現傳本은 5권으로 『新刊補註銅人수穴鍼灸圖經』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卷首에 天聖 4년(1026)에 쓴 夏송(하송)의 서문, 권 3에 저자 王惟一의 自序, 鍼灸避忌太一之圖序가 있고, 그 뒤에 ‘旨大定丙午歲(1186)上元日平水閑邪귀(귀)수述書’라는 간기가 있는데 이것은 송나라 때 펴낸 원서를 금나라 때 간행한 판본이다. 『宋史·藝文志』에 ‘新鑄銅人수穴鍼灸圖經三卷’이라 했으니, 이것은 송대의 原書는 3권뿐이었으나 金版本에서 補註를 가하여 5권으로 만든 것이다. 후대의 판본에는 3권, 4권, 5권, 7권 등 여러 가지가 있어 서로 차이가 있다.

이렇듯 장황하게 판본을 따지는 이유는 『四庫全書』에 수록된 것도 正本이 아니고 銅人에 새겨진 수穴도 각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甲乙經』에 수록된 明堂孔穴과 대조해 보니 靑靈, 厥陰수, 膏황수 각 2개혈과 독맥의 靈臺와 陽關의 두 穴이 더해져 있어 전체 穴位 數는 354種, 657穴에 이른다고 한다. 또 필자가 중국 침구사박물관에서 본 天聖銅人(실물복제)에는 복부경맥의 순행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조선에서는 활자본과 목판본 두 가지를 펴냈는데, 5책 혹은 2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두 판본 모두 체제는 같고 목록 끝에 崇化 余志安이 勤有書堂에서 간행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元나라 때 重刊한 것이라고 한다. 조선판은 이 元板本을 모본으로 새긴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따라서 金刊本이 말 그대로 조선판의 祖本이 되는 셈이다.

조선에서 간행한 기록을 보면, 1553년 惠民署 敎授 張末石이 監校하여 펴낸 改誤重刊版이 있고 1654년 內閣木版, 萬歷 6年銘 銅活字本 등이 조사되어 있다. 張末石에 대해서는 상세하지 않으나 본관은 義昌, 자는 季온이며 終孫의 아들로 中宗 26년(1531) 辛卯試에 登科하여 의원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徐有구의 『鏤板考』에서는 銅人鍼灸經 5권의 板木이 혜민서에 소장되어 있고 3첩 14장의 印紙가 소요된다고 기록해 놓았다. 또 전주, 밀양, 진주, 평양 등지에서도 이 책을 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조선 초기부터 의학 취재 고강서로 사용되었으며 이 같은 사실이 세종실록(1430년)에 기록되어 있다. 이듬해인 1431년에도 典醫監에서 의학생도들에게 醫方을 習讀시키려 해도 『直指方』, 『傷寒類要』, 『醫方集成』과 『동인경』은 중국 책(唐本) 하나밖에 없어 공부할 사람은 많고 함께 보기가 어려우므로 글자를 만들어 인쇄해 주길 요청하고 있다. 또 이 책에 수록된 圖形을 활자로 인출하기 어려우므로 경상도에서 재목을 구해 간행하도록 주청하였다. 分給處는 주로 전의감, 혜민국, 제생원 등 의료기관에 집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세조, 성종, 중종 등 역대 임금의 재위 중 간행사실이 기록되어 있고 영조, 순조, 고종 때까지 面講書로서 부동의 위치를 점하였다.

또한 이 책은 『향약집성방』에 인용되었으며, 『의방유취』의 인용제서에도 ‘동인경’이란 약칭으로 등장하여 일찍부터 침구경락의 고전으로 여겨져 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동의보감』 침구편에 등장하는 27종의 문헌 가운데 ‘동인경’의 인용비율은 462조문으로 조문수로 보아서는 96.3%의 압도적인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內閣文庫에는 萬歷 6년(1578) 9월 內醫院 僉正 許浚에게 내린 內賜記가 적힌 조선판이 소장되어 있다 하니 그나마 천만다행한 일이면서도 가슴시린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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