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학과 유급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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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학과 유급은 막아야 한다
  • 승인 2003.03.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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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학과생들의 유급시한이 지났거나 임박함으로써 한동안 잠잠하던 대량유급사태가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3개대의 한약학과생 대부분이 유급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학과의 존폐와 직결되는 심각한 사태로 이미 국회에서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등 사회적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한약학과는 93년 한약분쟁의 결과 한약은 한약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취지로 설치된 학과이기 때문에 한약사의 배출이 중지되거나 지연되는 경우, 혹은 학과가 폐지될 경우 한약조제권의 귀속을 둘러싸고 한의계와 양약계 간의 원초적인 갈등이 재연될 소지도 내포하고 있다.

한약학과생들이 주장한 내용을 보면 의약분업 일정을 명시해 달라, 100종 처방 제한을 완화해 달라, 한약국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 한약사회 설립근거와 보수교육 근거를 마련해 달라 등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요구사항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구체화해서 말한 것일 뿐 더 근본적인 것은 한약사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렇듯 한약학과생의 요구는 쉽게 합의될 수 있는 낮은 단계의 요구에서부터 해결에 시간이 요구되는 난해한 과제에 이르기까지 욕구는 매우 다양하다. 한의계도 제도화가 미흡했을 때 이런 류의 주장은 수도 없이 해왔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원칙에 입각해서 엉킨 실타래를 풀 듯이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급하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매달아 꿰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한약사의 면허에 상응하는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법에는 한약조제약사의 권한에 맞게 한약사의 권한을 제한했다. 100종 이내의 처방에 한정짓는 것이나 가감을 못하게 한 것 등은 역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다. 어떻게 4년을 공부한 사람의 조제범위와 몇 달 공부해서 자격을 취득한 사람의 권한이 같은 수 있단 말인가?

명백히 차별적인 한약사의 권한을 개선해야 하지만 상대직능인 양약사단체의 반대를 뚫고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난감한 상태다.

이런 사정을 간과한 채 단순히 생존권이 급하다고 한의계와 양약계의 입장을 구분하지 않은 채 양쪽을 한통속으로 몰아 일방적으로 매도하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정상적인 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잘 살펴서 현실 가능한 대안부터 찾고 미묘한 문제는 여건만 조성하고 나머지는 미래를 도모함이 타당하리라 본다. 이는 한의대 유급사태를 자주 겪어온 한의계의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개설명칭을 ‘한약국’으로 변경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니 단기적인 목적을 달성했다고 위안을 삼고 애꿎은 학생들의 희생을 방지함이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한약학과생과 한약사회의 사려깊은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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