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의약품' 에 한의사 제도 붕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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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의약품' 에 한의사 제도 붕괴위기
  • 승인 2003.03.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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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한약서 포함 모든 한약, 비전문가도 활용 가능

"한약제제에 대한 독립된 관리 체제가 필요" 중론

사실상 한의사제도의 폐기로밖에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천연물신약’ ‘천연물의약품’이라는 신조어로 한약에 대한 한의사의 독자적 권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양방에서의 침 시술이 점차 보편화 돼 가고 있고, 서양의학계의 침에 대한 연구 결과가 다시 국내로 들어와 이들 양의사의 침 사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항은 부항대로 다른 전자 의료장비로 둔갑해 있고, 침에 이어 약까지도 철학적 배경이나 이론이 전혀 다른 의료집단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한의사제도를 얼마 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23일 입안예고 된 ‘천연물의약품 연구·개발 촉진을 위한 생약·한약제제 관련제도 개선안’이 한의계를 이렇게 궁지로 몰고 있는 것이다.

한의협의 경우 한약제제 관련제도 개선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저지하기로 하고 국회 등 관계기관 및 여러 가지 통로를 이용해 부당성을 이해시킨다는 방침을 마련해 놓고 있으나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예상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히, 93년도 한약분쟁 때와 같이 정부의 부당한 행정에 대해 한의계가 하나로 뭉쳐 강력히 대응해 나갈 수 있겠느냐는 점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어 한의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것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영종 경원대 교수는 이같은 사태가 나타난 것에 대해 “현행 약사법에서는 한약과 한약제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하위법령에서는 별도로 독립된 관리 및 기준 규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고 때문”이라며 “한약제제에 대한 독립된 관리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약제제에 대한 제도개선에 앞서 한약과 생약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수입품목허가신청(신고)서 검토에 관한 규정’에 의할 경우 ‘생약제제’는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의미하고 있으나 약사법 체계에서는 한약제제와 생약제제가 동일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여기에 한술 더 떠 ‘천연물의약품’이라는 신조어로 한약을 한의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소시호탕 사건에서 잘 나타나듯이 한약제제 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단순한 임상시험 관리기준 완화는 국민건강을 위해할 소지가 매우 높다.

이 법대로라면 동의보감에 수재돼 있는 부자탕 대승기탕 온백원 등의 독성을 가진 약물도 동의보감에 수재돼 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얼마든지 일반제제로 만들어 비전문가의 활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임상시험 등 관리기준의 완화 인전에 한약제제를 현 양약을 위주로 한 약사법이 아닌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관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희대 본초학교실에서도 기성한약서 등의 수재 처방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인정과 관련해 “처방의 안전성 및 유효성은 한의사의 정확한 변증에 의한 것이므로 모든 처방을 일률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한방혼합관련 기준 마련과 관련해서는 “의사의 한약에 대한 그리고 한의사의 양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가 따른다”며 “이렇게 될 경우 한약은 단지 보조제나 강화제로 혼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명대 한의대가 밝힌 것과 같이 △비전문가에 의한 약물오남용을 방지하고 영역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한약제제의 전문의약품 분류 필요 △천연물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는 자의 영역, 한계, 권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후 시행 △기성한약서와 한의학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한약제제에 대해 정규교육과정을 통해서 한의학을 배운 사람만이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제정 △한약제제발전을 위한 조직강화 및 연구기반시설을 먼저 갖춘 후에 산업화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한의계의 중론이다.

기성한의서에 수재돼 있는 약 1만4천개의 처방 중 현재 350여가지가 제품화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처방을 제품화하고 효능·효과를 표시한 채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될 경우 한의학의 추락은 물론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조장할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다.

개정안에는 △기성한약서와 한약조제지침서 수재 처방품목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심사 제외 △천연물 신약 산업의 촉진을 위한 신속허가 및 시팜 후 임상제도 도입 △생약의 범위 확대 △동종요법제도 도입 △기성한약서의 효능·효과 등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표방·표기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기성한약서 처방의 응용범위를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양·한방혼합기준을 마련해 혼합 기준 범위 내 처방 품목을 허가할 때는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면제한다는 것과 단방을 이용한 처방간의 혼합제품의 개발을 용이하도록하기 위해 신농본초경에 상약으로 분류돼 있는 120품목과 중약 120개 품목을 혼합할 경우 효과입증자료만 제출하면 되고 하약(125 품목)이 포함될 경우 단회·반복투여 독성자료와 효과입증자료만 제출하면 가능하도록 돼 있다.

한편, 한약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법이 통과될 경우 천연물제제를 자신들도 취급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복지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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