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는 또 어떤가. WTO DDA 협상을 앞두고 개방이 시대적 조류처럼 인식되어 전 의료계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한의계는 특히 중국중의학의 국내유입을 기정사실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약의 무역촉진을 위한 한·중·일 한약규격국제화포럼이 창설되어 한약과 한약제제의 표준화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이것 말고도 내연하고 있는 사건들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책이 한의협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한의사 개개인의 각오와 자세가 바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임원진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국제무역장벽은 허물어지는 추세에 있어 언젠가는 시장이 개방될 것이라는 사실과 한약은 최상품만 거래되도록 생산·유통·제조기준이 강화돼야 하며 한의사 개개인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은 불변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도 먼저 하면 경쟁력을 갖는다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외부의 역경을 순경으로 돌려놓는 지혜가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조직은 시스템이 고착될수록 스스로 변화의 동력을 잃어버리면서 퇴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외부의 위협을 내부개혁의 계기로 삼는다면 조직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IMF때 다소 고통을 겪었지만 구조조정을 한 결과 기업의 수익성이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외부의 위협에 마냥 불안해하지만 말고 변화의 동력을 찾아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셋째는 한의계 구성원 모두가 유연성을 갖자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피해를 본다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판단하고, 구성원은 적극 따라줘야 한다. 대의에 충실하되 현실논리를 적절하게 구사할 때 시계제로의 황사바람 속에서도 한의학을 지켜내고 더욱 살찌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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