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적 전문의시험 강행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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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적 전문의시험 강행 말라
  • 승인 2003.03.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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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에 걸친 한의사전문의제 공청회가 별 소득 없이 끝남으로써 6월 8일로 다가온 2차 시험 전 합의달성이라는 당초의 목표는 물거품이 되고 강행하려는 측과 저지하려는 측의 물리적인 충돌과 상처만 남을 전망이다.

전문의제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했으면서 배출방식을 둘러싸고 극단적인 의견의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보아도 전문의제 도입을 위한 법개정 당시의 배경부터 시작하여 중간중간의 합의와 실행과정의 상황이 복잡·미묘하여 지금 시점에서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다 전문의제 도입의 전제조건인 표방금지가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개원의 기득권 포기’라는 합의도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모든 논의가 원점에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 합의도출을 방해하는 근본요인은 뭐니뭐니해도 전통적 한의학을 하는 그룹과 서양의학적 성과를 수용하여 한의학을 시스템화하려는 그룹의 대결이라는 점이다. 전문의제를 포함한 모든 한의계내 갈등에는 학문적 대립이 관통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두고 원칙론이니 현실론이니 음모론이니 하는 논리로 맞선다면 감정적 골만 깊어질 뿐이다. 교수와 한의협이 아무리 원칙론과 현실론을 주장한들 되지도 않을 뿐더러 칼자루를 쥔 정부당국이 한쪽 편에 서 있는 이상 합의가 용이한 일도 아니다. 이 점에서 보면 한의협도 교수측도 학생측도 전공의측도 복지부측도 모두 반성의 여지가 있다.

하나의 타협이 이루어지려면 강한 힘을 가진 단체가 상황을 주도하든가, 아니면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는 제3의 세력이 출현해야 하는데 한의계 내외에는 마음을 비운 단체도 없고, 권위를 가진 단체도 없다.

모두 도토리 키재기 하듯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청회를 수십 번 한들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모두가 대화의 주체로서 상호 존재를 존중하고 한발씩 물러나 합의를 끌어내는 성숙한 대화방법이 요구된다.

이런 모든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상황은 시험이 강행되면 다수 개원의의 상실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교수·전공의·학생·기수련자·병원 어느 한 측도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다소 개원의의 의사와 정반대되는 결정이 나와서도 곤란하다. 다수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모양새가 가장 좋다.

그래야 실정법을 들먹이며 한의계의 분열을 부채질하는 보건복지부의 이상야릇한 행정행태에 제동을 걸 명분이라도 얻을 수 있다. 자기 입장에서만 주장을 굽히면 그 자체로 천추에 걸친 누를 한의계에 끼치게 된다.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은 유리한 입장에 있는 측, 즉 교수·전공의·복지부가 시험실시를 연기하는 일이다. 학문이 죽고 주변 동료가 죽어 가는데 나만 전문의자격을 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를 발휘함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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