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지도철학은 너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성과를 거둬 아직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다 떠드는 데 한의계까지 편승하느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대로 따라 배우자는 것과, 성공비결을 면밀히 분석해서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자세와는 엄연히 다르다.
어느 시대 어느 단체건 지도자를 뽑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일해본 사람들은 다 안다. 한의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의협 전 수석부회장을 역임했던 한 인사는 한의협 회장의 비중이 한의협 회무의 95%를 차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을 한 시점이 4,5년 되었으므로 상황이 달라진 현 시점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말은 아닐 수는 있지만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니다.
한의계의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이 분화되어 회원들은 한의협 회장뿐만 아니라 한방병원협회, 대한한의학회, 전국한의과대학교육협의회, 임상교수협의회, 전공수련의, 전국한의과대학연합, KOMSTA, 청년한의사회, 여한의사회 등 다양한 조직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문제는 한의계 지도자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인사권, 예산집행권, 정책수립권 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에서부터 누적된 잘못된 관행이 시정될 줄 모르고 관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항구적인 한의학 발전기반을 다지고 나아가서 세계 보편의학으로 웅비시킨다는 계획은 공허한 메아리밖에 되지 않는다.
외부지원세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유일한 자원이라고는 한의사밖에 없는 한의계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의사의 힘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지금까지의 지도자가 이런 일은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할 수 있을까?
히딩크 성공의 최대 비결은 그가 한국사회의 관행에 물들어 있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역설적으로 사회적 관행을 탈피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의계는 이런 장벽이 아무리 높아도 뚫고 나아가야 할 운명에 처해있다.
지도자는 비전을 갖고 앞장서 돌파하고 한의사 개개인은 믿고 따라주는 환상적인 역할분담을 한다면 항구적인 한의학 발전기반 정착과 세계 보편의학으로의 웅비는 먼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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