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변을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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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변을 되돌아보자
  • 승인 2003.03.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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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다. 올해의 절반이 지났다. 나머지 6개월을 계획하자 하니 날씨는 푹푹 찐다. 축축 쳐진다. 자연히 긴장감은 떨어지고 좀처럼 비상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여름의 특성인가 보다.

그렇다고 사유하기에 적합한 가을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가을은 가을대로 해야 할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는 또 한해를 정리하는 일로 시간에 쫓기게 된다.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게 시간이다. 그러므로 늦었다 싶을 때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요즘 들어 한의학이 내부의 일로 다소 어수선하다. 그렇다고 외부가 조용한 것도 아닌데 내부의 일로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그것도 전임 집행부 시절부터 벌어진 일인데 새 집행부가 임기 초반부터 이 문제로 진을 다 빼 앞으로 산적한 대외현안에 매달릴 여력이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한의계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한약, 침, 일원화, 의약분업, 시장개방 등의 문제가 한두 가지 빼고는 거의 정리되지 않은 채 새로운 현안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없이 발생하고 있어 한의계는 과거 수십년 전부터 늘 위기요, 비상이었다. 정부에서 유권해석 한 장만 나와도 한의계의 운명이 왔다갔다하는 시절을 겪은 탓에 호시절을 구가할 틈이 없었다. 현안문제로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얼마 전의 일이었다. 또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긴장의 연속선상에서 살고 있다.

반면에 한의계는 어느 한 단체로부터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믿을 것은 한의사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한의사는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나 한의학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여러 가지 지표를 다 동원해 봐도 그렇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왜 그런가? 그것은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이런 현상을 매우 심각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경계병이 졸면 그 전투는 진 것이나 다름없다. 한의계의 유일한 자산은 한의사뿐이다. 한의사가 의식을 잃지 않아야 한약도 살고, 침도 살고, 한의학이 산다.

이제 한의계 제반 단체는 자체 점검을 해야 한다. 한의계가 어디까지 왔나 뒤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의학은 살아도 한의사는 죽는다. 각 그룹들의 회장, 부회장, 이사, 지부장, 분회장, 대의원, 학회장, 교수, 병원장, 그리고 회원, 직원 등 모든 구성원들의 역동성을 한번 총체적으로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도 한의학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소비자·시민단체, 국민의 가치기준, 지향점을 면밀히 조사해서 회무에 반영하는 일도 당면한 과제다.

차제에 한의학의 목표도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은 업무가 폭주하는 가을보다 느슨한 여름이 좋다.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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