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사법 재론은 시대착오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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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사법 재론은 시대착오적 발상
  • 승인 2003.03.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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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기만 되면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침구사법 제정 망령이 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벌써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서명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목적이 선거에서 표를 모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례로 보아 입법청원을 하는 선에 그칠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상황이 극히 유동적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오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답답한 면도 없지 않다.

한의계는 1962년 침구사법이 폐지된 이래 계속되어온 침구사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해 오면서 아주 간단 명료한 논리를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1951년 제정된 국민의료법에서 한의사가 정식 의료인으로 인정되면서 침구학은 한의학의 일부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굳이 별도의 침구사제도가 필요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왔다. 1962년 당시 정부가 침구사법을 폐지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중복되는 자격증을 하나로 통합한 행정개혁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며, 인력의 효율적 이용을 기하기 위함일 것이다.

한의계는 침구학을 보다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한의과대학 6년의 교육에 만족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이 있으며, 지금은 침구전문의를 배출하고 있을 정도로 침구학의 발전에 일로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보건복지부에서도 40여년간 일관된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는 마당에 제도를 바꾸려 함은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어렵게 학문적 체계를 구축한 한의학을 조각내겠다는 발상과 궤를 같이 한다고 간주한다.

다만 최근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다른 나라의 제도와 한국의 제도를 맞추려는 일부의 경향에 편승하여 입법의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경향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논거에는 몇 가지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우선 다른 나라의 침구사제도가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주별로 동양의학 관련 제도가 다르다. 중국도 중의사제도와 함께 침구사제도가 있지만 침구사제도의 경우 국내용이라기보다 수출용에 가깝다.

동양의학이 아직 발전하지 않은 여러 나라의 경우 양방의대를 나온 의사가 별도로 침구수련과정을 거쳐 침구전문의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의학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한계를 보여 독립적인 한의과대학 설립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 다음 문제가 자신감 부재다. 우리 나라의 한의학이 독특한 체계를 갖고 있으면 그 나름대로 발전시켜 세계의 모델역할을 하는 게 낫지 지금에 와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세계 여러 나라는 한의학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한의학을 배우려고 부심하고 있다. 우리도 이젠 우리 것을 자신있게 내놓을 때도 되었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침구사법 입법청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입법의 주체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폭넓게 조망할 의무가 있다. 단순히 표만 의식해서 우리의 유서깊은 한의사제도를 망쳐놓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한의계는 국회의원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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