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임시국회 등이 남아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지만 대선국면에서 터져나온 사건을 무난히 막아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반성해야 할 점도 눈에 띄게 많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먼저 대응방법에 있어서 평소 조금만 대비했어도 손쉽고 품위있게 할 수 있었는데도 항의방문 등 최악의 경우에나 동원하는 방법을 쓴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컸다. 학회는 타이밍을 맞춘다거나 학문적 근거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생산한다거나 하는 면에서 관심이 적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너무나 광범위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한의사 개개인의 침구진료의 수준이나 대학교육의 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핵심 관계자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함을 절감케 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의계의 침에 대한 내부적 인식을 제고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할 것이다. 침의 낮은 경제성이 침치료를 등한히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성이 문제가 된다면 적절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서 한 걸음 진전시키는 정치력도 필요하다 하겠다.
좀더 낮은 자세로 환자와 국민에게 다가갈 것도 요구된다. 사회의 지도적 계층으로서 누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혁신을 이룰 때라야만 책임있는 의료인으로서 뿌리내릴 수 있다. 국민은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는 의료인의 권위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권위를 끌어내리는 데 앞장설 뿐이다.
반면에 한의사들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수많은 의료봉사 활동과 치료효과를 내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현실 사회의 정서에 맞는 자기홍보가 없기 때문이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는 알아주지 않는다. 한의사가 나서 알릴 것은 알리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하겠다.
위기는 발전의 지름길이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고 문화가 발전하는 법이다. 한의계가 처지를 한탄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막힌 데가 뭔지 찾아 뚫는데 정열을 쏟아야 할 것이다. 窮하면 通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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