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기본법 중 의료분야는 제외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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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기본법 중 의료분야는 제외돼야
  • 승인 2003.03.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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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역사는 제도권으로의 편입의 역사라 하면 지나칠까? 꼭 그렇지 않다. 적어도 서양의학사는 그런 역사를 거쳐 오늘의 의학체계를 수립했다. 이발사가 하던 수술은 외과의사가 맡고, 산파가 하던 일은 산부인과 영역으로 정착됐다는 사실이 이런 역사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데 한의학은 일제 한의학 말살기를 거쳐 대한민국 수립과 함께 제도권 의료로 편입된 지 5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제도권내 의료인지 제도권밖의 의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소외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작년 통과된 자격기본법 중 수지요법사가 포함된 것은 한의학 소외와 푸대접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법에 따라 단기간의 침구교육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자격시험까지 인정한 것이다.

한의계는 누차에 걸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결과가 이해의 부족인지 로비의 결과인지 모를 일이지만 다시 한번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수지침은 침구학의 한 분야일 뿐이지 기능적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침은 손에 놓던 발에 놓던 체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한의사는 침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서 생리, 병리, 해부 등 병의 기전과 인체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각종 진단과 처치법을 연마하여 침을 놓고 국가고시를 통해 한의사면허를 취득해 자타가 공인하는 침의 전문가다. 최근에는 6년도 부족해 석박사에 침구전문의 과정을 통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수지요법사가 침을 놓으면 그 대상이 손바닥에만 한정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에 불과하다. 침을 손에 놓아야 할 경우도 있지만 손에만 놓아서는 해결되지 않는 질환이 더 많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치가 그렇기 때문에 수지요법사도 자격을 취득하고 난 다음 침 놓는 부위가 손에 한정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수지침부터 시작해서 족침, 이침, 체침, 약침, 전자침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지요법사와 한의사의 차이는 없게 된다. 적어도 침에 관해서는 그렇다.

1년에 몇 차례씩 치러 배출되는 수천, 수만의 수지요법사는 장기적으로 정치세력화해서 침구사제도의 도입과 한의사제도를 부정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얼마전 국회에서 불발된 침구사법보다 더 가공한 해악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단기 학원강습이 정규 대학교육을, 자격증이 면허증을 짓밟는 이 사태를 정부당국은 뭘로 설명할지 궁금하다.

말로는 한의학 육성․발전을 떠들면서 한의사의 법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는 더 늦기 전에 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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