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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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 승인 2005.09.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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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찾아 온 조건 없는 사랑 이야기

추석 연휴 극장가는 <가문의 위기>가 1위를 차지하며 코미디 영화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점점 깊어만 가는 가을에는 왠지 코미디 영화를 보다가 웃으면 더욱더 허전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짧은 추석 연휴가 아쉽기도 하고, 날씨도 점차 쌀쌀해지고, 이렇게 싱숭생숭할 때 눈물 쏟게 하는 영화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바로 가을 극장가의 단골 손님인 최루성 멜로드라마 시대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개봉하는 <너는 내 운명>은 관객들에게 대놓고 눈물 흘리라고 하는 최루성 멜로영화의 계보를 잇는 영화다. 어찌보면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의 아날로그적인 영화일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눈물 앞에서 사람의 감정은 시대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힘을 가지며 쉽사리 바뀌기 힘든 것 같다.

36살 농촌 총각 석중(황정민)은 서울에서 내려온 다방 종업원 은하(전도연)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래서 석중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장미꽃과 목장에서 직접 짠 우유를 선물로 주고, 심지어 티켓까지 끊는다. 우여곡절 끝에 석중과 은하는 결혼을 하게 되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지낸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은하는 편지 한 통만 남겨 놓고 석중의 곁을 떠나고, 석중은 은하가 ‘에이즈(AIDS)’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공주, 재벌, 엘리트 등 너무나 잘난 사람들이 즐비하게 나오면서 시청자들에게 짜증나는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은 그런 사람들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다른 멜로 영화와 차별성을 두고 있다. 결코 주인공들이 성공을 해서 잘 사는 이야기도 아닌, 출생의 비밀로 인해 인생역전을 하는 이야기도 아닌 너무나 착하고 순박한 ‘사람 냄새’나는 영화이며, 최루성 멜로드라마에서 흔히 쓰는 백혈병, 교통사고 등의 소재들과 다르게 ‘에이즈’라는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것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과연 나의 배우자 또는 이성 친구가 에이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단순히 영화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쉽게 넘길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화 속의 그들 역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은 바로 조건 없는 진정한 사랑이다. 감독은 이러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기 위해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영화의 틀을 따라가면서 직접적으로 진솔하게 모든 것을 다 얘기하는 자세로 연출했다고 한다. 전도연과 황정민의 사람 냄새 나는 연기가 돋보이는 <너는 내 운명>은 이 가을, 허한 마음을 눈물로 채우고 싶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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