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40話] 김구영(대한병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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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40話] 김구영(대한병인학회장)
  • 승인 2005.09.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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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론 통해 동의보감 하나로 꿰뚫는 觀 제시

김구영(46·서울 서초구 김구영한의원)대한병인학회 회장의 病因論 강의를 들은 한의사가 1천 2백여명에 이른다.
김구영 회장은 1999년부터 동의보감연구회를 운영하면서 소수 한의사를 대상으로 병인론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이 동의보감연구회가 확대되어 2004년 대한병인학회로 발전했다.

■ 병인론 수강자 한의사 1천2백명

“증상은 구름 같은 허상입니다. 醫者는 증상에 집착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됩니다.”
이는 김구영 회장이 즐겨 사용하고 강의 때마다 수없이 강조하는 단골 멘트다.
원인에 따라 증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는데, 증상에만 매달리는 것은 공연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원인을 먼저 다스리면 증상은 없어진다는게 그의 한결같은 철학이다.
김 회장은 “병인은 外因, 內因, 不內外因 등 3가지가 있습니다”라면서 “특히 환자를 볼 때는 습관, 즉 생활과 음식을 어떻게 취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 “원리는 간결하고 쉬운 것”

전체적인 병인의 관계를 보자면, 외인 보다는 내인에 주목해야 한다. 생활습관(내인)에서는 음식, 칠정, 노곤, 방사의 순으로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김구영 회장은 “이 병인이 얽혀서 千變萬化합니다. 이 것을 파악하고 八綱으로 치료를 구하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원리와 마찬가지로, 병 파악은 간결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큰 명제를 두고 동의보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정리해 ‘병인론’으로 정리했다.
그는 “동의보감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지만 구체적으로 처방이 왜 이렇게 되었다고는 구구절절하게,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가 한 일은 동의보감을 하나로 꿰는, 하나의 관을 재발견해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병인론에 매료된 한의사들은 “한의학을 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끔 체계적인 이론을 제시해 주었다”고 평했다.

■ 내 학문만이 정답이라는 것은 ‘독선’

한의대 의사학 교실의 한 교수는 “한국 한의학이 중국과 다르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이론이 있어야 한다. 병인론은 독자적인 한의학 이론체계로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병인론의 관점은 타 학문도 이해할 수 있게끔 나침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 회장은 “병인론은 하나의 길을 제시할 뿐입니다. 회원들은 병인론을 하나의 기준으로 놓고 다른 이론체계를 끌어와 해석하고 공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연구회에서 학회로

울릉도가 고향인 김 회장은 대구 영남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1학기를 마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만 두었다.
84학번으로 뒤늦게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지만, 처음에는 한의사의 길도 과연 자신의 길인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예과 1년 김홍경 선생의 열정을 보고, 당시 선배 소진백(서울 성동구 소진백한의원)원장의 동의보감 강의를 들으면서 한의학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또한 재학시절 침이나 약을 써보면 치료가 잘 되다보니 그의 확신은 더해갔다.
근본 원리에 대한 갈증은 김 회장에게도 있었다. 그 해법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김 원장은 동의보감을 비롯한 원전을 선택했다. 졸업 후 개원을 하고 임상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원전을 놓지 않았고 병인론을 서서히 체계화시켰다.

그는 “학문을 추구하는 방법이 어찌되었건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음양과 같이 새로운 요법을 개발하는 사람이 있으면 옛날 것을 붙잡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죠. 크게는 모두 한의학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라면서 스스로에 대해서는 ‘원전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부류’로 설명했다.
1999년 병인론이 구체화되고, 70~80명의 회원을 중심으로 병인론을 강의하다가 2002년 확대해 강의했다.
회원의 규모가 늘어, 학회로 조직을 정비해야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2004년 11월 창립총회를 가졌다. 지난 4월에는 부산지부 창립총회를 가졌다.
강의내용을 정리해 병인론을 내고 임상증례집으로 병인치법을 냈다.
병인론 책과 이론이 미국에 소개되고 지난 3월에는 캘리포니아주 한의사 대상 보수교육에 초청돼 병인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 “한의학의 고급화, 세계화할 때”

그는 외지를 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의 의료현실, 제도적인 한계에만 갇혀있다 보니 세계적인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자각이었다.
김 회장은 “미국인들은 한의학을 ‘기적’이라고 합니다. 그들에게 있어 의학의 효과란 ‘현상유지’입니다. 그런데 한의학은 이를 뛰어 넘기 때문입니다”면서 “한의학이 이렇다라는 것을 홍보하고, 확대하면 승산이 있습니다”라고 확신했다.
전통의학을 장악하고 있는 중의학에 대한 학문적 평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국내 한의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인들의 관심은 중의학에 대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 원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병인론이 강의 초청을 받은 이유는 치료법에 대한 이론체계를 제시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제 한의학은 여관에서 호텔로 고급 분화해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임상수준 향상과 함께 이제 위상 변화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관과 호텔은 이용계층이 다르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생각에 최근 경기 남양주에서 서울 서초구에 자리를 옮겨 한의원을 개원했다. 한편 백인 대상으로 한의학을 교육하기 위한 미국 한의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스스로 “팔·다리보다 생각이 앞서고 이상적이기에, 한의사가 안됐으면, ‘백수’가 되었을 것”이라며 소탈하게 웃는 그에게 한의학은 삶의 원리인 것으로 보인다.
부인과의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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