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리메이크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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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리메이크의 열풍
  • 승인 2006.02.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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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발신음을 ‘그대 내맘에 들어오며는’으로 바꾸고 싶어 검색해보니, 내가 알고 있는 조덕배의 원곡은 없고, 조성모·성시경 등이 부른 3~ 4곡의 노래를 찾을 수 있었다. 모 은행 이미지 광고에는 김세환의 ‘사랑하는 마음’의 리메이크곡이 흘러나온다. ‘황금사과’라는 드라마를 보면 애절한 분위기의 ‘카사비앙카’ 번안곡을 들을 수 있다. 앨범 중 한 두곡을 리메이크로 채우는 경우도 있고, 아예 리메이크곡만으로 앨범을 내는 예도 있다. 작년에는 이승철·성시경·박효신 등 리메이크 음반을 낸 가수가 많았던 것 같다. 이쯤 되면 가히 리메이크의 열풍이라고 부를만하다.

70년대 말에도 리메이크 음악이 양산되던 때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리바이벌이라고 부르던 번안가요의 유행이었다. ‘Village People’의 노래를 조경수가 리메이크한 ‘YMCA’가 가요순위 1위까지 차지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징기스칸’이 연이어 히트를 했는데, 뒤늦게 금지곡으로 결정되어 듣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고…. Eruption이 부른 ‘One Way Ticket’은 몰라도, 방미의 리메이크곡 ‘날 보러와요’는 기억하실 것이다.

라디오를 통해서 외국팝송을 쉽게 접할 수 있던 당시에, 가사만 우리말로 바꿔 부른 번안가요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창법 미숙, 저속 등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방송금지가 되던 시절에 인기를 끌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요의 발전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 안일한 기획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의 리메이크에 대해서도, 요즘 음악에 식상한 사람들이 옛 노래에서 향수를 찾으려 하는 취향을 잘 발견한 기획이라는 의견도 있고,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통해 손쉽게 관심을 끌려는 안일한 발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빼어난 편곡으로 원곡을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도 있지만, 가수가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차이를 느낄 수 없고 오히려 노래를 망쳐놨다는 악평을 듣는 졸작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아쉽다. 요즘 음반업계의 불황도 리메이크 음반 양산의 한 원인이 될 것이다.
새로운 창작으로 모험을 걸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판매가 보장(?)되는 안전한 리메이크를 선택하는 것이다.

원작의 좋은 느낌을 살리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불어넣어 새로운 창작으로 승화시킨 훌륭한 리메이크 음반도 많이 있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희가 통기타를 믿느냐’.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HOT의 ‘빛’, 왁스의 ‘오빠’ 등의 댄스음악을 통기타 음악으로 멋지게 변화시켰다. 4/4박자의 원곡을 3/4박자 왈츠로 편곡한 ‘영원한 사랑’(핑클), 랩 부분을 ‘Knocking on Heaven’s Door’의 멜로디에 얹어 부르는 ‘어머님께’(GOD) 등 통기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신나는 음반이다.

10여년 전의 추억이 깃든 명곡들을 R&B로 재현한 나얼의 ‘Back to the Soul Fight’는 들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진다.
브라운 아이즈, 브라운 아이드 소울에서 흑인 못지 않은 소울의 감각을 보여주었던 나얼은 리메이크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 가요를 재즈나 R&B로 편곡한 음악을 들을 때에 종종 느끼던 어색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귀로(박선주)도 좋고 한번만 더(박성신)도 좋지만 음반의 백미는 호랑나비(김흥국)이다. 김흥국의 코믹한 춤이 부각되면서 곡에 대한 평가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본 원곡을 업그레이드시킨 청출어람이라 할 만하다.

(사족: 리바이벌은 예전에 나왔던 노래가 훗날 다시 인기를 끄는 일을 말한다. 65년에 발표된 ‘라이쳐스 브라더스’의 ‘Unchained Melody’가 20여년 뒤 영화 ‘사랑과 영혼’에 삽입되면서 다시 인기를 얻은 경우가 좋은 예이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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