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3일간 3색 해금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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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3일간 3색 해금음악회
  • 승인 2006.03.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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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로스오버 국악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주는 악기는 단연 해금(奚琴)이다.
정수년, 김애라, 강은일 등에 신예 해금 연주가 꽃별까지 다양한 느낌의 해금 연주를 만날 수 있다. ‘21세기는 해금의 시대다’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고 하니, 해금의 인기를 가히 실감할 수 있다.

클래식, 재즈 등 타 장르 뮤지션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던 강은일이 정동극장에서 독특한 기획의 콘서트를 열었다.
첫날 9일에는 전통음악, 10일에는 퓨전음악, 마지막 11일에는 프리뮤직을 연주하는 사상 초유의 ‘3일간 3색 해금음악회’였다. 강은일의 1집 『오래된 미래』를 통해 귀에 익은, 10일 퓨전음악 공연을 관람했다.

기타, 베이스, 건반, 퍼커션, 가야금, 피리, 대금 등으로 구성된 밴드 ‘해금플러스’와 함께 1집 『오래된 미래』 수록곡 7곡과 신곡 5곡을 펼쳐 놓았다.
퍼커션, 해금, 태평소가 어우러진 경쾌한 신곡 ‘하늘소’로 막을 연 강은일은 “목 놓아 울고 나니 가슴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했다”는 경험을 말하며, 오늘 공연에서 같이 맘껏 울어보자고 한다.

다음 곡은 홍원기 선생의 ‘우조초수대협’에서 테마를 취했다는 1집 첫 번째 트랙 ‘초수대엽’. 음반에서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해금의 편성이었는데, 대금이 합세해 좀 더 확장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시간에 관한 단상을 해금으로 빚은 ‘Fade Out’에 이어, 어쿠스틱 베이스, 피아노와 함께 한 신곡 ‘추강이’가 연주되었다. 서도소리 관산융마를 재즈로 편곡한 곡인데, 도입부의 애절하게 흐느끼는 시김새도 좋았고, 후반부의 절규하는 활대질은 가슴 속을 훑는 듯 했다. 조금 난해해도 외면하기 어려운 하드밥 연주를 듣는 듯 했다. 다음 날의 프리 뮤직 공연이 더욱 궁금해졌다.

다음 곡은 10일 공연의 백미라고 할만한 ‘서커스’. 익살맞은 타악기 소리로 관객의 긴장을 풀어놓고, 신명나는 놀이 한 마당을 펼친다. 라틴 퍼커션과 우리나라 가야금이 함께 만든 리듬에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1집 타이틀 곡 ‘오래된 미래’로 한 숨 돌리고, ‘옹헤야’에서 모체를 가져온 ‘헤이야’로 한 번 더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울며 웃고 박수 치다보니, 어느덧 마지막 곡 ‘비에 젖은 해금’. 강은일의 장기인 즉흥연주를 만끽할 수 있는 곡으로 피아노, 피리와 주고받으며 조금씩 감정을 올려 가는 강은일의 연주에 내 눈가도 살짝 젖었다. 관객들은 황홀함과 아쉬움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강은일과 해금플러스는 앙콜 ‘서커스’ 한 마당으로 화답했다.

곡의 후반부 현(絃) 위로 천천히 미끄러지는 활을 보며, 문득 영화 ‘왕의 남자’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만, 결국은 자신이 결정을 해야 한다. 내 마음 속에서 원하는 대로 살아야한다”는 공연 중 강은일의 이야기처럼 ‘인생은 외줄타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좋은 일이 생겨요”라는 강은일의 이야기처럼, 인생이란 외줄타기를 웃으며 즐겨야겠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해금 연주 들으면서….

김호민
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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