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陰과 陽 다른 느낌 퓨전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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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陰과 陽 다른 느낌 퓨전해금
  • 승인 2006.03.3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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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해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국악그룹 슬기둥의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를 듣고부터이다. 이 곡의 해금을 연주한 정수년의 을 듣고 해금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김애라의 와 강은일의 <오래된 미래>를 들으며 해금과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김애라의 는 국악의 음색을 완전히 탈피한 멜로디로, 한 편의 영화 같은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해준다. 음반의 테마인 ‘30대의 감성적인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노영심·홍성규·이재준 등의 영화음악 작곡가들이 참여하였고, 바순과 해금·신시사이저 전자음과 해금 등 전혀 다른 음색이 만나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준다. 바순의 저음 위에서 해금의 고음이 아련한 추억을 노래하는 타이틀곡 ‘In Loving Memory’,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과 함께 한 ‘The Blue Romance’, 타악기와 신시사이저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A Miracle’ 등 음악을 듣고 있으면 눈앞에 추억의 스크린이 펼쳐지는 듯하다.

강은일의 <오래된 미래>는 기타·피아노·베이스 등 악기의 구성은 대중적인 서양음악에 다가가면서도, 우조 초수대엽(羽調 初數大葉)에서 테마를 가져온 ‘초수대엽’, 옹헤야를 기초로 오방진과 휘몰이를 결합한 ‘헤이 야!’, 줄풍류 가락의 ‘오래된 미래’, 몽금포 타령에서 모티브를 취한 ‘비상’ 등 음악의 중심은 전통 국악의 색깔을 고수했다. 또한 기타·피아노·베이스 등의 서양악기 구성에 피리·대금·가야금 등의 국악기를 더하여 국악의 느낌을 더욱 살렸다.

비교해 본다면, 는 서양악기들이 영화음악을 연주하는 소극장에 김애라의 해금이 초대되어 연주하는 느낌이고, <오래된 미래>는 강은일의 해금이 마련한 잔치에 서양악기들이 초대받은 분위기이다.

강은일과 김애라는 국악고 동기동창으로 현재 가장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라이벌인데, 연주 스타일에서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강은일이 구전돼온 소리에 바탕을 둔 국악의 특성을 살려 즉흥 연주에 강한 데 비해, 김애라는 정확한 악보가 없으면 연주하기를 꺼린다고 한다. 강은일은 무규칙 극동 삼인방과의 조인트 콘서트, 프리뮤직 연주 등 다소 전위적인 무대에 올라 최대한 ‘느낌’을 살리는 데 애써왔고, 김애라는 7음계 악보를 토대로 국악과 서양 음악의 접목에 힘써왔다.

김애라의 연주는 주인공이지만 크게 튀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느낌이다. 반면 강은일은 매번 똑같은 연주를 반복하는 걸 싫어한다고 하며, 작곡가들이 곡의 클라이맥스는 대부분 그에게 맡겨 즉흥적 에너지를 최대한 살렸다고 한다. 강은일의 연주를 들으면 소양인의 민달(敏達: 민첩하게 통달한다)이라는 말이, 김애라의 음악을 들으면 소음인의 아립(雅立: 단아하게 정립한다)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애잔한, 때로는 격정적인 해금 연주를 들으며 음과 양의 다른 느낌을 느껴 보시기를… 두 음반 모두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한의원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김호민
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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