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립대 한의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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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립대 한의대인가?
  • 승인 2003.03.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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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공인, 연구의 자율성 확보에 유리

국가최고 대학인 서울대내 설치론도 거세

국립 한의과대학 신설을 둘러싼 한의계와 양의계간 논쟁이 일면서 일선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립대내 한의대 신설은 필수 불가결하지만 왜 설치되어야 하고, 어느 수준의 대학에 신설할지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의계의 입장은 간단하게 정리됐다. 일단은 반대하는 것이다. 다만 조건부로 설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정도다. 그 방식은 과학화→의료일원화→연구기관이나 대학원 과정 설치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과거의 입장과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는 달리 한의계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상징적이나마 설립을 허용하려는 방침에 따라 학과 신설 신청을 받은 상태여서 일말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원 사이에서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의견을 개진, 그 실체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한의사의 의견은 대체로 국립대에 설치된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성공이라는 인식이 있는가 하면, 국립대라는 이름만 걸면 다 좋다는 것이냐는 반론이 있다.

전자의 입장은 웬만한 사립대보다 국립대가 훨씬 유리하다고 보는 반면 후자는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지방의 작은 국립대는 교육개방이 되면 국가로부터의 지원이 오히려 명문 사립대만 못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과거 국립대인 안동대 설립계획이 무슨 연유인지 물거품이 되었으며, 사학명문인 고려대도 홍일식 당시 총장이 국학의 육성이란 기치로 한의과대학을 신설하려 했으나 의대 교수들의 반대로 철회한 적이 있어 국립대건 사립대건 모두 쉽지 않은 경험을 갖고 있다.

최근의 한의계 입장은 적어도 무늬만 국립대가 아닌 일정 규모와 시설여건을 갖춘 수준있는 국립대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적어도 도를 대표하는 오랜 국립대학이나 서울대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중 한의계가 최대의 관심을 끌었던 서울대는 교육부로부터 설립신청서 제출 공문을 받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의협 입장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의 ‘과학화의 선행’을 요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한의학의 과학화가 추진되는 경우 한의학의 과학화 및 학문적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나 대학원 과정 설치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설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전례로 보아 서울대의 의견이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 의견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서울대학교는 몇년전 BK21사업의 일환으로 천연물과학연구소 부설 한의학대학원 설립안을 제출했으나 탈락한 바 있어 그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서울대가 말하는 대학원 과정이 석사2년 박사3년 과정인지, 아니면 요즘 심심찮게 제기되는 4+4제인지 확실치 않다. 한의계의 한 인사는 연구기관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있어 문제가 안되고, 대학원 과정은 석사2년 박사3년 과정이라면 검토할 가치조차 없지만 4+4제라면 한의학의 미래를 위해 검토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견해를 비치기도 했다. 2년제 대학원과정은 한의학의 기본을 가르치는 학부가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규모는 의대 부설 학과 수준에서부터 단과대학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희대 한의과대학의 발전역사를 천착해보자는 것이다. 지나치게 원칙적인 주장으로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실속있게 처리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지혜가 요구된다는 게 이런 주장을 하는 부류의 생각이다.

다양한 의견 중 어느 의견이 옳고 그르다는 식의 단순논리로는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 원칙을 주장하되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의계의 여망인 국립대 한의과대학 신설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선 이 시점에서 한의사 다수의 여론과 지혜를 수렴해서 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자세가 절실하다. 아울러 국립대에 관한 다양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 가공작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이제는 당위적으로 설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 왜 이들 대학에 설치되어야 하는지 뚜렷한 근거를 제시해야 첩첩산중인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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