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밀어붙이고 한의협은 뒷북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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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밀어붙이고 한의협은 뒷북치고
  • 승인 2006.06.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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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전문병원 시범사업이 한의계에 커다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운 개원가가 ‘전문’이라는 홍보력을 갖춘 병원자본에 맞서 생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선한의사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한의협이 시범사업 저지를 목표로 비상을 걸고 나섰지만 도약의 호기를 맞은 한방병원이 협조요청 몇 마디에 귀를 기울일 것 같지 않다. 시간이 지나도 반복되는 한의협의 뒷북치기 회무가 이번에도 반복되는 듯하다.

한의협이 오늘의 화근을 막으려고 했다면 ‘한의약 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 입안 때부터 잘 대처했어야 했다. 한의약육성법에 의거해서 5년마다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발표하는 이 사업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5개년계획의 성격과 구속력, 영향력, 결과까지 예측하는 작업에 나서는 것이 정상이었다.

정책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요청으로 실무적인 의견교환 정도야 없었을 리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일정별, 사안별로 면밀한 분석이 결여되지 않았나 추측된다. 아니면 최초의 종합계획을 성사시키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세부적인 내용은 간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나중에 보완하면 된다는 발상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종합계획의 발표 전에 정황상 막지 못했다는 점을 이해한다하더라도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계획의 발표 당시엔 왜 침묵하다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그때서야 목소리를 높이느냐는 점이다. 혹시 한의협과 산하 조직에 개원한의사의 관심사를 취합해서 정책에 반영하는 경로에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의학의 선진화든, 한방병원협회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든 정책을 실행하기 이전에 이해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것이 관행인데 그런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의학정책의 특수성은 애써 간과한 채 양방의 정책에다 이름만 ‘한방’ 내지 ‘한의사’로 바꾼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자체의 정책마인드도 취약하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면 시행하는 정책이 잘되기는커녕 한의계의 분열만 심화시킨다. 오죽하면 정부의 협조를 얻어야 할 처지에 있는 한의협이 정책입안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겠는가.

이번 한방전문병원제도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잘못된 정책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명심하여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동시에 재발 방지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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