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길거리응원과 훌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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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길거리응원과 훌리건
  • 승인 2006.06.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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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부분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독일 월드컵일 것이다. 독일의 어떤 신문은 1면을 서울시청 앞 길거리 응원 사진으로 장식했고, 독일 국민들도 우리나라를 본 따 길거리 응원을 펼친다고 할 정도로, 우리의 독특한 응원문화가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길거리 응원은 소양인의 천성인 ‘世會(세회)’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세회란 모두가 하나로 모여 있는 것, 즉 마음이 한 곳을 향하는 것으로 聚(취)라고 한다. 태음인이 무리 짓는 群(군)과는 다르다. 동학혁명, 삼일운동, 4.19 의거, 6.10 항쟁 등과 요즘 종종 보이는 촛불집회가 좋은 예다.

처음에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계획이 있었지만, 어떠한 계기를 통해 무관심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한 곳을 향해 움직여서 큰 불길을 만드는 것이다.
3.1운동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의 비폭력 운동이지만 철저한 준비가 없어서 실패했다고 역사책에서 배웠지만, 이런 성향을 알고 바라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응원을 주도하는 붉은 악마도 좀 더 체계화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우리 민족의 성향대로 지나침 없이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축구의 열기가 강렬한 유럽에는 훌리건이라고 불리는 과격한 응원단(?)이 있다. 이들과 우리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聚(취)와 群(군)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태음인의 천성은 人倫(인륜)이다. 내가 어떤 집단을 이루려고 할 때에 쉽게 생기는 마음이 驕心(교심)이다.
내가 속한 집단이 가장 훌륭하고 내가 속한 집단만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이 생기면, 인륜을 넓게 펼치지 못하고 그 범주가 좁아지게 된다.

내가 응원하는 팀만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에 배타적인 인륜을 행하다 보니 타자(他者)를 무시하게 되고, 결국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심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중동전쟁을 일으킨 미국 부시 정권의 모습도 그러하다.
며칠 전 뉴스에서 원정 응원을 온 훌리건들로 인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애쓰는 독일 경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뉴스에서도 비슷한 영상을 보게 되어 안타깝다. 2002년과는 다른 무질서와 폭력, 그리고,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들….
소양인은 마음을 일으킴에 있어서 항상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 소양인이 마음 가는 대로 가볍게 움직이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 엄격하려 하는 선비정신이 있다. 이것이 바로 소양인의 천성인 禮(예)인 것이다.

변변한 축제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계기로 억제만 했던 욕구를 분출시키면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경험일 것이다.
또한 평소 모래알 같던 국민들이 한 마음을 가져보면, 잊고 있던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쉽게 생기는 誇心(과심)으로 인해 천성의 禮(예)를 버리지 않도록 각자 마음의 도리를 지키면 좋을 것 같다.

김호민
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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