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멋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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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멋진 하루
  • 승인 2008.09.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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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헤어진 연인들

어느 날, 문득 첫사랑이 생각나거나 헤어진 이성이 생각날 때가 있다. 물론 어떻게 헤어졌는지에 따라 애증의 강도가 개인적으로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입가에 작은 미소 정도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사랑했다가 어떠한 이유로 헤어졌던 연인을 생각하고만 있다가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직까지 그러한 운명적인 만남을 경험해 보지 못한 필자로서는 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겠지만 추측컨대 대략 반가움이 먼저 앞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마역을 리얼하게 그려냈던 하정우가 출연한 <멋진 하루>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애인도 없고, 직장도 없는 완전 노처녀 백조 희수(전도연)는 불현듯 병운(하정우)에게 빌려 준 350만 원이 생각났고, 그 돈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그를 찾아 나선다. 병운은 결혼을 했지만 두 달 만에 이혼을 하고 이런저런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하면서 빚까지 져서 지금은 여행가방을 들고 다니는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한때 기수가 꿈이었던 병운은 경마장에서 돈을 받겠다고 찾아온 희수를 만나게 된다. 희수는 병운이 사는 모습을 보고 지금 돈을 받지 못하면 안 되겠다고 결심하고, 그에게 바로 돈을 갚으라고 한다. 이에 병운은 희수에게 꾼 돈을 갚기 위해 아는 여자들에게 급전을 부탁한다.

<멋진 하루>는 영화의 제목처럼 하루 동안 희수와 병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희수는 병운이 돈을 빌리기 위해 만나는 여자들과의 관계를 보고 그가 어떤 인간인지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되고, 조금씩 이해해 나간다. 사실 이 영화의 매력은 이 부분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여타 영화들의 경우 이러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대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관객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기대감을 조금씩 빗겨 나가면서 독특한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를 설정하여 표현한다.

<멋진 하루>의 이윤기 감독은 <여자, 정혜>, <러브 토크> 등 저예산 영화이면서 캐릭터의 심리를 섬세하고 세밀하게 잘 표현한 영화들을 연출했다. <멋진 하루>도 그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좋다. 그래서 평소 상업적인 영화들에 지쳐있던 관객들에게는 매우 색다르면서 캐릭터의 감정에 조금씩 이입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로 받아들여지지만 상업적인 영화들을 선호하는 관객들이라면 영화가 어느 순간부터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지루함은 두 배우의 매우 자연스러운 명연기로 충분히 커버되면서 매우 날씨 화창한 가을날과 같은 느낌을 느낄 수도 있다.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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