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기]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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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기] 블랙
  • 승인 2009.09.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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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자체를 가르치지 않은 선생님 사랑
치매 선생님 기억재생 위한 시청각 장애우의 애틋한 노력

무더위가 기승을 떠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조석으로 추위를 느낄 만큼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이처럼 자연은 정체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인간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비록 현재가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잘 이겨낸다면 조만간 살기 좋은 때가 오리라는 믿음을 잃지 말자. 인간이기에 못 할 것이 없다는, 즉 <블랙>의 사하이 선생님이 미셀에게 불가능이라는 단어조차 가르치지 않았듯이 우리 삶도 언제나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장애인이나 선생님과 제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은 안 봐도 ‘비디오??일 정도로 이야기 구조가 천편일률적인데도 관객들을 감동의 도가니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로인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만 생기거나 영화를 보기도 전에 식상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외면하는 경우가 많지만 <블랙>의 경우는 예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색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미셀(라니 무커르지)은 집 안에서 매번 사고를 치게 된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녀를 수용소로 보내려고 하지만 엄마가 반대를 하면서 그녀를 가르쳐 줄 선생님을 찾게 되고, 사하이 선생님(아미타브 밧찬)을 만나게 된다. 사하이는 미셀에게 끊임없는 사랑과 노력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고 그녀의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사하이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미셀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고, 미셀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사하이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얼핏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의 이야기와 엇비슷한데, 사실 <블랙>은 이들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도 식으로 재해석한 영화이다. 그렇다고 춤과 노래 등이 섞여있는 마살라 식의 인도영화는 아니며 오히려 할리우드 영화 이상으로 장면들이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펼쳐진다. 또한 처음에는 고통을 당하다가 꾸준한 노력으로 인해 마지막에는 성공한다는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블랙>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보여주기 보다는 서로 장애를 겪고 있는 선생님과 제자와의 관계를 매우 섬세하게 그리면서 감동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는 필자는 과연 사하이 선생님 같은 열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사로 잡혔다. 제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헌신하는 사하이 선생님은 점차 참스승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영화 제목 <블랙>이 단순히 검은색을 넘어서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 찾아보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이다. 2005년에 제작된 영화 <블랙>을 통해 올 가을 썰렁해진 마음의 한 구석을 은은하게 데워 보자.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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