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기] 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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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기] 애자
  • 승인 2009.09.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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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눈물이 빚어낸 자연스런 감동
4차원적 캐릭터 최강희와 명품배우 김영애 연기력 한몫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인 <해운대> <국가대표>가 흥행에서 승승장구하면서 한국 영화계는 여름철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다. 이러한 열기를 눈물로 식혀주기라도 하듯 여러 나라의 감동적인 영화들이 가을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나섰는데, 그 중에서 제목부터 독특한 <애자>가 한국영화를 대표하여 관객들의 손수건을 적시고 있다.

<애자>는 극 중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장애인을 비하하는 속어로도 사용되기에 영화 포스터를 보면 “내 이름 가지고 놀리면 디진다!”라는 문구가 나와 있기도 하다. 여하튼 복고적인 이름의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는 <애자>는 평생 친구이기도 하면서 앙숙이기도 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통해 평소 잊고 있던 가족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부산의 톨스토이’로 이름을 날렸던 박애자(최강희)는 소설가의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오지만 별 볼 일 없는 생활을 하고 있고, 그녀의 유일무이한 적수인 엄마 영희(김영애)에게 구박 받기 일쑤다. 그래서 애자는 엄마에게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고, 오빠의 결혼식에서 상상 초월의 이벤트를 벌이면서 결혼식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통쾌한 복수에 기뻐한다. 하지만 곧 엄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상상도 하지 못한 엄마의 이별 통보를 받게 된다.

누군가는 ‘또 가족이야기야!’라고 할 정도로 <애자>는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엄마와 딸의 진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타 영화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관객들의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감동이 아니라 웃음과 눈물이 적절하게 잘 조화되어 자연스럽게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평소 4차원적인 캐릭터로 잘 알려진 최강희와 연기내공의 달인이라고 해도 손색 없는 명품 연기자 김영애의 연기력이 한몫하고 있다. 또한 수의사였던 엄마의 마지막 선택은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존엄사에 대한 논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 400쌍의 모녀를 인터뷰하면서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완성했기에 영화가 더 리얼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애자>는 다이내믹한 남성 이야기와는 달리 여자들의 이야기라서 약간 지루한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너무 가까워서 그 존재의 중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던 엄마를 생각하면서 그동안 제대로 해드리지 못했던 것들을 반성하게 된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가족들과의 만남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해드리지 못했던 효를 조금씩이나마 실천해 나가는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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