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DVD 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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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DVD 유람
  • 승인 2009.12.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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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위트와 유머, 공포 뒤섞여 묘한 맛 전달

엔딩 크레딧 놓치지 마라

<차우>
감독 : 신정원
출연 :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박혁권

요즘 뉴스를 보면 도시로 내려온 멧돼지에 관한 보도들이 많은 편이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의 한 코너가 되어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사실 깊은 산속 야생에서나 봄직한 멧돼지들을 도시 한복판에서 만난다면 어찌 안 놀랄 수 있으려만 인간들은 멧돼지들이 왜 도시로 내려왔는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멧돼지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도 먹고 살기 위해 식량을 찾아 내려온 것인데 인간들은 단지 멧돼지가 무섭다는 이유로 지레 겁을 먹고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상황을 예측이나 한 듯이 올 여름 인간을 공격하는 멧돼지를 소재로 <차우>가 개봉되었다. 그러나 제작비 80억원 이상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해운대>와 <국가대표>에 밀려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차우>는 <괴물> <디워> 등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괴수영화이기도 하다.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삼매리에서 참혹하게 찢긴 시체가 발견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순식간에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다. 뒤이어 발생하는 무차별적인 살인사건들이 발생하고, 이번 사건으로 손녀를 잃은 전직 포수 천일만(장항선)은 이 모든 것이 변종 식인 멧돼지 ‘차우’의 짓임을 확신한다. 한편, 서울에서 좌천되어 가족과 함께 삼매리에 내려온 다혈질 김순경(엄태웅)의 치매 걸린 노모가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차우’에 의한 짓임을 예감한 김순경은 천일만이 결성한 추격대에 합류하게 된다. 마침내 동물 생태 연구가 변수련(정유미 ), 전문 사냥꾼 백포수(윤제문)와 수사를 담당한 신형사(박혁권)가 가세한 5인의 추격대가 식인 멧돼지 ‘차우’를 잡기 위해 산으로 향한다.

<차우>의 특징이 있다면 공룡이나 상상 속 괴물을 다루는 여타의 괴수영화와 달리 매우 현실적인 존재인 멧돼지를 중심으로 하며 관객들에게 살아있는 공포를 전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공포영화인지, 코미디영화인지 알 수 없는 상황들을 전개하며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또한 블록버스터지만 별다른 느낌이 오지 않을 정도로 큰 스케일의 장면이 없는 편인데, 그 이유는 멧돼지 CG를 만드느라 제작비의 반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멧돼지 출몰 장면이 그리 많지 않기에 좀 더 이야기 구성에 힘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로 인해 여름 극장가 흥행경쟁에서 밀려난 부분도 있지만 <시실리 2km>를 본 적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차우>를 강력 추천할 수 있다. 왜냐하면 두 작품 다 신정원 감독의 연출작으로 기존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위트와 유머가 공포와 뒤섞인 묘한 맛을 전해주면서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차우>에서도 개발을 앞둔 시골마을 사람들과 멧돼지를 잡겠다는 사람들의 모습이 뒤섞이면서 관객들에게 여러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을 놓치지 말고 보자.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은 대사 등 출연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이어 나오면서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게 한다. 앞으로 멧돼지들과 인간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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