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 읽기- <청담보살>
상태바
황보성진의 영화 읽기- <청담보살>
  • 승인 2010.01.21 2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운명적 사랑’ 다룬 로맨틱 코미디
액운 피하기 위한 무녀의 좌충우돌


<청담보살>
감독: 김진영
출연: 박예진, 임창정, 김희원, 서영희, 서유정, 이준혁

폭설과 연일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한파 속에서 시작된 2010년은 겨울날씨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의 손과 발을 꽁꽁 얼게 했다. 이렇게 예기치 못한 날씨로 인해 새해 벽두부터 혼란함이 있기도 했지만 점차 정상 궤도로 안착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정리하게 된다. 특히 이맘 때 온/오프라인을 통해 보는 토정비결의 내용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작심삼일이 될 지언정 나름대로 올 한 해를 점쳐 보기도 한다. 물론 필자처럼 기를 쓰고 무료로 봐주는 곳을 찾아서 토정비결을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좀 더 자세한 한 해의 운을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예전만 해도 점집이라고 하면 막연히 미신이고, 나이 많은 분들만 이용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으면서 분위기도 훨씬 젊게 변화되었다. 대중문화에서도 몇 년 전 <왕꽃선녀님>이라는 TV 드라마를 통해 무녀들의 생활을 그리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2009년 영화 <청담보살>은 무녀들의 모습을 코미디와 접목하여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담동에서 용하기로 소문난 보살인 태랑(박예진)은 멋진 외모에 억대 연봉 등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지만 28살 전에 운명의 남자를 만나야만 액운을 피할 수 있는 사주를 타고났다.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승원(임창정)과 오매불망 첫사랑 호준(이준혁)을 동시에 만나게 되고, 태랑은 운명과 사랑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영화의 시작 부분은 무슨 공포영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산한 음악과 함께 어두운 곳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점차 신께 절하고 있는 무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내 유명 연예인들이 까메오로 출연하고, 카드 결제기가 놓여 있는 무녀의 공간이 다시 보여지면서 <청담보살>은 무속인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 변화를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전반적인 이야기조차 신병에 걸려 내림굿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갈등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이미 엄마가 무녀이고, 딸도 무녀라는 설정 하에 그녀의 결혼 상대를 찾는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차용하여 구성되어 있다. 즉 주인공의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무속인을 선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평소 무속신앙에 대해 거리낌이 있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영화 보기가 불편했던 관객들도 부담 없이 무난하게 감상할 수 있다.
임창정과 박예진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이며, 주어진 운명도 자신이 하기 나름이라는 주제를 전달해 주는 <청담보살>은 영화적 작품성과 완성도를 떠나 추운 날씨로 인해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던 관객들이나 2010년 토정비결 운세에 일희일비하는 관객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기분 좋게 새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용한 청담보살의 영험한 기를 조금이나마 받아 모든 사람이 올 한 해 건강하고 힘차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