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하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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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하치 이야기>
  • 승인 2010.02.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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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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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아닌 마음의 소통 일깨워
말이 아닌 마음의 소통 일깨워

개들의 호연… 관객 울고 웃어

<하치 이야기>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리처드 기어

몇해 전, 일본 도쿄를 가기 위해 읽게 된 여행가이드 책에서 시부야역 앞에 있는 동상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정말 그 곳엔 사람이 아닌 개 한 마리의 동상이 있는데, 세상을 떠난 주인을 잊지 못해 10년 동안 매일 역 앞에서 기다렸던 충견 ‘하치’를 기리기 위한 동상이다.

그리고 하치의 이름 뒤에는 ‘공(公)’을 붙여 존칭하고 있으며, 시부야 지역에는 하치를 캐릭터로 한 복지관 버스가 운행될 정도로 주인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개를 위한 일본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하치의 이야기는 동화책과 영화로 재탄생하며 75년 전 세상을 떠난 하치의 따뜻한 사랑을 영원히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겨주었다.

역 앞에서 길 잃은 아키타 강아지를 우연히 보호하게 된 파커 윌슨 교수(리차드 기어)는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 강아지는 일본에서 행운의 숫자를 의미하는 ‘8(하치)’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파커 교수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한다. 그리고 하치는 언제부터인가 저녁 5시가 되면 역으로 귀가하는 파커를 마중하는 것이 일과가 된다. 하지만 파커는 대학 강의 중에 쓰러져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하치는 역 앞에서 죽은 주인을 계속 기다린다.

<하치 이야기>는 1987년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를 <개 같은 내 인생>과 <길버트 그레이프> 등을 연출한 라세 할스트롬이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배경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변화된 것을 제외하고는 이야기 구성에서 특별히 바뀐 부분은 거의 없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하치의 실화를 가감 없이 담담하게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한 영화들 속에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실화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필자의 집처럼 개를 기르며 자칭 애견인(愛犬人)인 사람들이라면 <하치 이야기>는 꼭 봐야 할 영화이며, 누구보다 개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미 이야기가 다 공개되어 있고, 특별한 반전이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밋밋한 영화를 그나마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극중 하치의 새끼 때와 성견일 때를 연기한 개들의 호연이다. 이미 <1박 2일>의 상근이와 <마음이>에 출연했던 달이와 같은 국내 애견스타처럼 아키타 개들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야기와 제대로 조화를 이루며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에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인을 찾아서 많은 날을 달렸던 백구처럼 전세계적으로 충직한 개들의 이야기는 많이 있다. 이들은 비록 사람들과 말로는 소통을 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친구이자 가족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동물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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