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읽기- <허트 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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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영화읽기- <허트 로커>
  • 승인 2010.04.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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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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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중독이다

폭발물 제거반 통해 명분없는 전쟁 고발

<허트 로커>
감독 : 캐서린 비글로우
출연 : 제레미 레너, 안소니 마키, 브라이언 게라그티

천안함 침몰로 대한민국의 건장한 해군들이 생사를 달리했다. 더구나 2010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이러한 시기에 개봉되는 <허트 로커>는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전쟁의 두려움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기존의 전쟁영화들과는 사뭇 다르게 제작된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수상하고, 각종 영화제에서도 주요 부문을 휩쓸며 이미 작품성을 만천하에 알린 영화로 감상 전 작품에 대한 신뢰성을 가져도 좋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 EOD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팀장을 잃게 된다. 그 후 EOD팀에 새로 부임한 팀장 제임스(제레미 레너)는 독단적 행동으로 팀원들을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뜨린다.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급조 폭발물과 시민인지 자폭 테러리스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낯선 사람들로 인해 EOD팀은 항상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간간히 이라크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하기는 하지만 예전과 달리 전혀 놀랍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파병되어 있는 여러 나라의 군인들은 늘 폭탄테러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허트 로커>는 현재 직접적인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언제나 전쟁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쟁의 두려움을 전하면서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에 나오는 ‘전쟁은 중독이다(War is a Drug)’라는 문장처럼 점차 전쟁에 중독되어 가는 인간을 통해 명분 없는 전쟁의 허상을 표현하고 있다.

만약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역동감 있는 전투장면을 기대하고 <허트 로커>를 본다면 아쉬움이 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등장인물도 몇 안 되는 저예산 영화이기에 스펙터클한 장면보다는 폭발물 제거반 대원들의 심리를 주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폭탄 제거라는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은 그 어떤 영화보다 극도의 긴장감을 주면서 영화 감상의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 부인으로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함께 감독상 후보로 올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작품인 <허트 로커>는 종군기자 출신이 직접 쓴 각본과 요르단에서의 로케이션 촬영, 여성감독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선 굵은 연출력 등이 어울리면서 전쟁영화의 또 다른 파워를 느끼게 해준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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