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중복게재’ 의혹 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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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문 ‘중복게재’ 의혹 파문 확산
  • 승인 2010.04.22 10:4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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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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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연구원 늦장 부리다 火 부르다
한의학연구원 늦장 부리다 火 부르다
연구논문 ‘중복게재’ 의혹 파문 갈수록 확산

한의학연구원(원장 김기옥)이 소속 연구원의 ‘연구논문 중복게재’ 의혹 제보를 받고도 4개월이 지나도록 본 조사에 착수하지 않아 검증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처럼 비판의 핵심이 연구논문의 진실성 자체에서 ‘한의학연구원의 도덕성’으로 확장되면서 의혹의 시선이 한의학계 전체의 연구윤리로까지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익명의 제보자가 2009년 12월17일 한의학연구원 Q&A란을 통해 “브릭 사이트에서 귀 연구기관의 연구원의 논문으로 논쟁이 일어나고 있음”이란 제목으로 답변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내 소리마당 게시판을 통해 이중 게재 논란이 일어난 논문은 한의학연구원 소속 A연구원이 2005년 12월에 국내의 B, C학회지에 각각 발표한 연구논문이다.

연구논문 중복게재 의혹= 제보자는 제보자는 ‘표절수법이 의도적인 눈속임으로 표를 그림으로 바꾸든 그림을 표로 바꾸고 있음…연구의 필요성과 목적이 같음…문장도 조사하나 틀리지 않고 대부분 같음…다른 실험을 한 두 논문의 최종적인 결론이 같음…10개가 같은 참고문헌으로 순번 만 앞뒤로 바꾸어 놓았음’이라고 주장했다.

제1 저자인 A연구원은 기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실험을 하다 보니 2가지 효능을 발견해 동일한 데이터로 다른 2편의 논문을 작성하게 됐다”며 “2005년 C학회지 출간 직후에도 이번과 흡사한 제보가 있었으나 당시 편집위원회가 문제없다고 판단하면서 일단락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기옥 한의학연구원장은 “5년이 지났는데 새로운 문제처럼 이를 문제 삼고 제보자의 자의적 판단을 객관적 진실처럼 확산시키는 것은 연구자에 대한 흠집 내기로 밖에는 볼 수 없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과학기술부 훈령 제236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2007.2.8)’에 따르면 문제의 논문은 2005년 12월 발표됐고 제보 접수일은 2009년 12월이므로 규정상 검증 시효기간 안에 있다. 즉 한의학연구원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연구기관인 만큼 연구 진실성 검증은 억울하거나 불쾌한 일이 아니라 의무사항인 것이다.

배승덕 교과부 연구윤리팀 사무관은 국내 연구윤리 의식이 이제 막 틀을 갖춰가는 단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수영 교수팀은 2004년 논문 표본 분석 결과 매년 600건 이상이 이중게재 논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등 외국의 경우 논문 이중게재는 2%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학연구원 검증과정= 교육과학기술부의 윤리지침은 해당 연구기관이 자체 규정에 의해 연구 진실성을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연구 진실성 검증절차 규정(2006.12.29)이라는 자체 규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규정에 맞게 처리하면 된다.

자체 규정은 신고 접수일로부터 판정까지 7개월이 넘지 않도록 돼있다. 그런데 한의학연구원은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신고 접수일이 12월23일이므로 규정상 늦어도 2월7일부터는 본 조사에 착수했어야 하지만 4월 네째 주인 지금까지도 예비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김기옥 한의학연구원장은 “외부에 의뢰한 자문이 취합되면 본 조사를 실시할 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본 조사를 한다 해도 통상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담당 부서인 한의학연구원 성과관리팀은 예비조사의 일환으로 제보 내용이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C학회에 의뢰했고 논문을 취소할 사항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2010년 1월7일 게시판을 통해 설명했다.

그러나 제보자는 곧바로 ‘C학회에서 온 공식문서를 게시하라’고 다시 요구했고 성과관리팀은 1월11일 ‘공개적으로는 게시할 수 없으니 담당자에게 연락을 주면 제공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는 제보자의 보호에 심각히 위배된다는 저항에 부딪히면서 화를 키웠다. 한의학연구원이 본 건을 무마하려 한다는 논란이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내 소리마당 게시판을 통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웅용 한의학연구원 감사부장은 예비조사가 지지부진하자 해당 학회에 독촉 공문을 보내라고 지시했고 성과관리팀은 3월29일 재차 자문의뢰 공문을 발송했다. 재차 자문의뢰를 받은 B학회 편집위원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4월19일께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최종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4월19일 재통화에서 4월 안에 한의학연구원에 답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과거 연구윤리 부정행위 해법=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뤄진 연구윤리 부정행위에 황우석 사태 이후 잣대를 들이대면 대부분 단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계에 이른바 ‘과거 청산’ 해법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당시 가장 극명하게 대립된 것은 논문이 폐기되지 않았다면 소급 적용해 원칙대로 하자는 입장과 소급 적용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논문 작성 당시의 관행 범위를 기준으로 하자는 절충안도 나왔다. 결국 정부의 선택은 2007년 2월 과학기술부 훈령으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제정하면서 제보로부터 5년이란 기간 안에만 조사한다는 ‘진실성 검증 시효’를 둔 것이다. 배승덕 사무관은 “향후 연구윤리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지금의 과학기술부 훈령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승격되는 등의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의계는 2009년 3월1일 한방내과학회가 처음으로 학회 연구윤리 규정을 만들었다. 이를 주도했던 윤상협 교수는 “과거 청산 문제를 수없이 고민하다 ‘이 규정 이전의 부정행위는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조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부칙을 뒀다”며 “연구윤리는 기본적으로 신사협정이고 자발적인 자정 노력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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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2010-05-01 10:45:39
火 -> 禍

고바우 2010-04-27 11:12:04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을 늦게나마 보도한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충분한 공개적인 해명이 있어야하고 내외부 규정대로 처리해야할것입니다.책임자의 공식적인 입장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애독자1 2010-04-26 18:03:38
뭔소린지 모르실 수 있겠지만 이 사태가 한의계를 떠나 학술계 전반적으로 퍼지고 언론이나 국민들에게 알려진다면 한의계는 그야말로 매장인거 아닌가요? 한의원 위기다 위기다 하는데 이런 요소들이 작용한다면 더 큰 위기일텐데요. 모든 한의계 분들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사안 같습니다.

뭔소린지 2010-04-24 18:47:13
제대로 쓰시든지 말든지.....

한의학인 2010-04-23 20:01:37
연구자들이 참된 연구에 몰두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뒷전이고 국민의 혈세인 연구비로 이런 쓰레기 같은 짓을하는 연구자를 감싸기만 하는 이런연구원이 존재 해야 하는지 의문이군요.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명백한 의혹이 있는 연구자를 두둔하는것은 그들끼리감싸야 할 이유가 있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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